- 50여년 기록한 농사일지 후배들에 전수한 박권서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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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동안 기록해온 농사일지를 후배들에게 전수한 농사꾼이 있어 화제다. 바로 강진군 작천면 야흥리 부흥마을에 사는 박권서(75)씨다.
박 씨의 농사일지에는 ‘2013년 6월5일부터 2014년 11월3일까지’라는 식의 제목으로 노트 안은 빼곡한 글씨로 가득 차 있다. ‘논둑 풀베고 소나기비가 와서 못하고 집에 왔음. 중식 먹고 있다가 미생물 살포하러 무농약 유기농 살포했음. 물은 3,800lℓ뿌리고 유황합재 12ℓ 유화재 20ℓ 물 2000ℓ에 호용 무농약 12-3-5-6-7 4반구 살포하고..... 찬선이는 노즐잡고 뿌리고 아침 소나기 오고 그후 흐림’박 씨의 2013년 8월4일자 ‘농사일지’ 기록이다.
“하루하루 쓰다보니 벌써 50년이 넘었네요. 농사 잘 짓자고, 큰 비가 오면 벼가 왜 쓰러지나, 비료는 얼마나 뿌려야 하나 하는 마음에 쓴 것이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박 씨는 손사래를 쳤지만 일기처럼 써온 농사일지는 어디서도 보기 드문 기록물이다. 꼬박꼬박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썼다. 거름을 주고 농약을 뿌리고 비료를 살포할 때 구체적인 수치를 써가며 벼농사를 일군 흔적이다. 박 씨는 농사일지를 쓴 덕에 시행착오가 적었으며, 전남에서 으뜸가는 농사꾼이 됐다. 그래서 증산왕에 올라 1984년도에 대통령상 철탑산업훈장으로 상 금 500만원도 받았다. 당시 거기에 250만원을 보태 논 열한 마지기를 샀다.
“그때 300평 논에서 벼 714㎏을 소출했으니 대단했지요.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요”
박 씨는 품이 훨씬 더 가는 유기농법에도 관심을 가졌다. 지난 94년부터는 일부 논에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벼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일지를 쓰면서 유기농법 적용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박씨의 설명이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좀 힘들기는 하지요. 하지만 벼가 많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깊이 숙이고 샛노란 몸빛을 드러내면 힘이 솟으니 정말 좋아요”
박 씨는 농사일지와 함께 영농교육이라 하면 지금까지도 어디든 찾아가서 배운다. 스물하나에 시집 온 아내 정숙향씨(74)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 댕겨요. 이 양반 공부를 얼마나 하는지 몰라요”라고 말한다.
이를 입증하듯 노트 맨 앞장에 ‘컴퓨터에서 사진 빼는 방법’이란 제목아래 ‘손가락 터치 순서’를 기록해 뒀다. 박 씨의 꼼꼼하고도 알뜰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부지런함은 마을 일에도 어김없이 보탬이 됐다. 그는 아직까지 손수 트랙터와 콤바인을 운전하면서 품앗이에 나서기 때문에 동네에서 칭찬도 자자하다. 상을 받은 당일도 박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논으로 발길을 옮겼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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