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15회)
윗사람 공경 아랫사람 사랑 “마을이 참 따뜻해요”
칠량면 만복마을 김이석(54)이장
만복마을은 큰 길에서 보면 산 구릉과 나무 숲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 싸여 있어 배의 앞모양과 같다. 원둑이 들어서기 전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찰랑찰랑 들어와 마치 배를 정박해 놓은 모양이다. 그래서 만복마을엔 기와집을 잘 짓지 않았다고 한다. 기와를 실으면 무거워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되어 최근 마을 환경 개선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깨끗한 청정마을로 되살아났다.
김이석 이장은 “마을 이미지의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는 회관이 낡아서 보기에 좀 안 좋아요. 처음 지을 때 업자들이 조금만 신경 써서 공사했다면 지금처럼 벽이 갈라지고 옥상에 물이 괴고 하는 일은 없을 텐데 말이에요. 새로 지을 수도 없고 하니 아쉽지요. 그래서 회관 주변 정원을 정돈하고 마을 골목길 담장을 새롭게 정비하는 일로 우선 깨끗하게 가꾸었어요.” 회관 정원에는 역촌 역송정이라는 표지판과 만복정이라는 정각이 세워져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어 역마와 인마 또는 마차가 머무르는 여관과 차고의 구실을 했던 곳으로 관원이나 병사들에게 말을 제공했던 곳이다, 조선후기에는 그 기능이 상실되자 큰 소나무가 많아 역송으로 지명이 바뀌었다가 현재 만복마을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 큰 소나무와 철쭉을 심고 조경석으로 깔끔하게 단장하여 소공원을 조성했다.
“우리마을 새마을지도자인 윤대식(47)씨가 여러 가지 좋은 의견을 내놓아서 이렇게 깨끗한 마을로 되살아났어요. 넘 안한 것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밀어 붙인 결과 새롭게 담장도 정비했는데 견학오신 분들이 다들 반응이 좋습니다.
김길남(59), 김용민(59), 김재근(73)씨 등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요. 항상 잘못된 것은 지적도 해주시고 솔선수범 해주시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가져왔습니다.”
김이장은 모든 공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린다. 조용조용하고 신중한 대답에서 만복마을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실천하는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만복마을의 훈훈한 인간미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을의 따뜻함은 역시 사람에게서 나옴을 다시 한번 느낀다. 44가구 70여명이 거주하는 만복마을은 50%가 70세 이상이다. 이 마을도 역시 고령화로 젊은 몇몇 사람이 마을일을 추진한다. “마을청소 등 함께 하는 일에 있어서 어르신들이 나와서 서 있어주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옆에서 때로는 지적도 해주고 지켜봐주시는 것이 중요하지요. 어떤 일을 맡게 되면 잘했다는 소리보다는 비판의 소리가 더 많잖아요. 그래서 함께 해나가는 것이 마을공동체를 위해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복마을은 바다가 인접해 있지만 현재 바다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고 거의가 논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청주김씨 자자일촌이어서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서로 협동이 잘 된다고 김이장은 말한다. 마을주민의 협동으로 낡고 파손된 흙담을 보수하고 기와를 교체했다. 또한 삭막한 시멘트벽을 모두 도색하고 중앙로의 담 벽에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게시판을 마련하여 마을 각 가정의 소원과 덕담을 자필로 기록해 실천 덕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이장은 “다음에 누가 마을이장을 맡아도 더 좋은 마을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벽에 그려놓은 복주머니와 행복문구처럼 밝게 웃는 김이장은 박서운례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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