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고려청자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다

제44회 강진청자축제 때 강진에서 전시 의견도

2015. 12. 22 ~ 2016. 2. 21까지 전시, 친람 좋은 기회

전라남도에 위치한 강진 사당리는 고려왕실에서 사용한 청자의 대표생산지이다. 지난 2015년 12월 22일부터 2016년 2월 21일까지 서울 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강진 사당리 고려청자’에서는 이곳 가마터에서 출토된 고려청자의 특징과 중요성을 소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64년 강진 대구 사당리 일대에서 청자기와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1977년까지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이 발굴조사에서 고려시대 가마의 구조를 확인하고 10만 여점이 넘는 청자편과 백자, 흑자, 요도구 등을 수습하였다. 특히 발굴의 계기가 된 것은 ‘1157년(의종 11년)에 양이정에 청자기와를 덮었다’라는 고려사의 기록을 입증하는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또한 인종(재위 1122~1146) 장릉(長陵)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청자참외모양병> 국보94호 등과 유사한 청자들은 전성기 고려청자의 생산지인 강진 사당리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번 테마전을 통해 고려 사람들의 미감(美感)은 물론, 더 나아가 가마에서 막 꺼내어 햇빛 아래 빛났을 고려청자의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발굴의 실마리 청자기와

다양한 청자기와는 사당리 가마터 발굴조사의 계기가 되었다. 20세기 초의 미술사학자 개성부립박물관 관장이었던 고유섭 선생은 일찍이 청자기와의 희귀함과 뛰어난 가치를 역설하고 청자기와를 구워낸 가마터를 찾고자 했다.

고려사의 ‘의종 11년(1157) 4월에 민가 50여 채를 헐어 못을 만들고 주변에 정자를 지었는데 그 중 양이정에는 청자기와를 덮었다’라는 기록을 입증하는 것으로 그 역사적 가치가 크다.

청자기와

사당리에서 출토된 300여 점의 청자기와 가운데 내면에 음각된 ‘누서면남(樓西面南)’ ‘서루’ ‘일촌오분(一寸五分) 등의 글자는 기와가 놓일 위치를 의미하거나 높이 내지 크기를 마타내는 것으로 기와를 제작할 때부터 각각의 위치와 쓰임새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자판(磁板)-여러 조각의 청자

건축부재로 추정되는 자판은 청자기와와 더불어 희귀한 것에 속한다. 사당리의 자판은 방형(方形)이고 두께는 0.6~2,8cm 내외로 다양하다. 자판의 무늬는 음각으로 표현한 학이나 꽃, 파도, 나한 등 다채롭다. 무늬가 없는 면에는 유약을 씌우지 않아 편평한 벼견에 타일처럼 부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모란무늬자판(청자상감동화운학목단문자판)

개성부근에서 출토된 자판이다. 사당리 자판가운데 정확히 일치하는 예는 없지만 세밀하고 웃게한 상감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

색(色) 형(形) 무늬의 향연

고려왕실 청자의 대표 생산지인 사당리 청자의 색과 형은 고려청자 전성기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고려청자 비색은 중국의 「선화봉사고려도경」(1124)와 「수중금(0中錦」을 통해 질좋는 청자색으로 이해된다.

비색은 녹색빛과 푸른 빛, 투명감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색의 스펙트럼이라 볼 수 있다. 하나의 청자에서도 무늬가 파인 정도에 따라 색의 깊이가 다르며, 유약이 두껍게 씌워져 불투명한 곳이 있는가하면, 얇게 씌워져 청자의 맨살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금속기와 같이 단정한 형태부터 과형(瓜形) 화형(花形),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생동감 있게 어우러진 상형(象形)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종과 기형의 고려청자에 나타난다. 또한 색과 형에 더해 음각 · 양각· 압출양각 · 투각기법으로 표현된 섬세하고 정교한 무늬는 고려청자의 빛깔과 형태의 완성도를 더하는 요소가 되었다.

‘상약국’이 새겨진 청자용 무늬합(청자음각운용문상약국명합)

뚜껑과 몸체가 만나는 부분에 각각 상약국(尙藥局)이 음각되었다. 상약국은 고려시대 왕실의 약을 짓는 일을 관장하는 관청이었다. 뚜껑의 용무늬 표현방법과 배치방식이 요대 금속기 가운데 유사한 데가 알려져 있다.

청자황촉규무늬잔

황촉규는 왕권의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꽃이다. 유색과 만듦새가 최상품인 청자에 장식되며 꽃잎이 정면을 향해 활짝 만개한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청자의 무늬

색의 깊이를 더하고 형을 완성한다. 사당리는 비색과 상형에 더해 음각·양각·압출양각·투각기법의 무늬로 대표되는 명품 순청자의 생산지로 주목된다. 이들 무늬 가운데는 중국 북송(北宋 960-1127)과 용(堯 916-1125) 도자의 무늬와 일차적으로 유사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소재와 표현에 있어 교려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 생동감을 강하게 나타낸다.

청자참외모양병

인종장릉에 출토되었다고 알려진 이 병은 참외꽃을 연상시키는 얉고 예리한 구연부와 유려한 목선, 양감 가득한 참외 모양의 몸체, 주름치마를 보는 듯한 높은 굽 등 전체적인 비례감과 선 기술력의 조화가 완벽하다.

청자연꽃무늬병

인종장릉 출토 참외모양병과 유사하나 몸체가 참외 모양이 아니고 구연부와 주름치마 같은 굽 부분이 보다 더 많이 바깥으로 벌어져 있다. 전면에 커다란 연꽃가지를 이파리와 꽃, 연밥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청자용무늬 베개

머리가 닿는 면에는 용무늬를 파도무늬를 양쪽의 베갯모에는 모란무늬를 음각한 장방형 베개이다. 사각의 베갯모 마무리 안으로 선과 면이 휘어들어 베개로서의 기능과 장식효과를 함께 꾀하였다.

청자 생활 속으로

청자투합

인종장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방형의 투합이다. 중국에서 사용된 예와 더불어 왕릉이나 제사터 등에서 희소하나마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의례시 진설(陳設)을 위한 옹기.

청자연꽃모양향로

서긍의 「선화봉사고려도경 1124년)에는 “산예출향 역시 비색인데 의에는 쭈그리고 있는 짐승이 있고 아래에는 앙련(仰蓮)이 있어서 그것을 받치고 있다”라는 묘사가 있는데 상형 장식의 뚜껑 없이 몸체만 남았지만 이러한 형태의 향로였을 가능성이 높다.

금속기를 닮은 청자

청자꽃모양반

청자병

청자반

사당리에는 음각·양각·압출양각 등의 기법이 능숙하게 표현되는 시기에 무늬가 없으며 유달리 태토와 유색의 질이 좋고 금속기와 같이 단정하고 정제된 형태의 청자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북송(北宋) 황제를 위한 여요(汝窯) 청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품질이 좋은 고려청자를 중심으로 굽바닥까지 유약의 씌우고 작은 규석을 받쳐 굽는 번조기법 역시 일치한다. 장식을 절제하고 빛깔과 형태를 중시하는 고려청자 전성기 초반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당리청자의 명문(銘文)

사당리에서는 음각·압인·상감·철화 등으로 시문된 다양한 명문 청자가 출토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것은 간지명(干支銘) 청자이다. 간지명은 고려 말기의 청자를 대표하는 것으로, 사당리가 이 시기에도 청자 생산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간지명은 현재까지 11개가 알려져 있으며, 사당리에서 ‘기사己巳’, ‘임신壬申’, ‘갑술甲戌’ 등 8개가 발견되었다. 이 외에도 ‘지정至正’, ‘성成’ ‘정正’ 등의 글자와 ‘＋’ ‘ｏ’ ‘◉’ ‘◎’ 등의 음각부호도 상당수 보인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