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연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김영봉 교수는 강진에서 다산시민강좌를 하였다. 주제는 ‘시로 읽는 치원 황상과 일속산방’이었다. 다산의 1증 제자였던 황상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일속산방’이다. 좁쌀만한 방이지만 거기에는 세계지도가 걸려 있고 많은 책이 쌓여져 있기 때문에 그 세계는 크고 넓다고 하였다.
다산이 지은 500여 권의 방대한 저술도 유명하지만 그 작업을 했던 다산초당이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사람들이 애써 그곳을 찾는다. 다산초당이 크고 우람하고 볼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다산의 실학정신을 느껴보기 위해서이다.
일속산방 또한 마찬가지이다. 말 그대로 일속산방을 복원했을 경우 손바닥만한 방을 구경하거나 체험하기 위해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작은 방이지만 황상이 어떻게 공부를 했고 무슨 시를 썼느냐는 황상의 시작(詩作)과 열정을 느껴보기 위해 사람들은 찾을 것이다.
김영봉 교수는 “영월에 있는 김삿갓 묘나 백제 계백장군의 묘는 모두 가짜다”며 “계백장군 묘 경우는 비석에 전하는 대로 한다 라는 뜻으로 자를 넣어서 썼는데 나중에는 아예 ⌜傳⌟자를 없애버렸다”고 강조했다. 즉 마로만 전해오는 계백장군의 묘를 만들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비석에 ⌜傳⌟자를 넣었으나 확신을 갖는다는 뜻으로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김영봉 교수는 “김삿갓 묘나 계백장군의 묘 경우, 없는 것도 사실인 양 만들어 관광객들을 오게 만드는 세상이다”며 “황상이 살았던 일속산방을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황상은 강진 출신으로 스승 다산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1호 제자였다. 다른 제자들은 출세와 청복을 위해 애썼지만 황상은 다산의 가르침대로 <유인(幽人)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다산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에 황상이야말로 제2의 다산이라 할 수 있겠다. 더구나 그는 그 시대에서 최고의 문장가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황상을 안다는 것은 다산의 제2모습을 엿볼 수 있다.
황상은 많은 얘깃거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그의 행적을 좇고 연구하고 드디어는 책까지 여러 사람이 내놓기까지 했다. 또한 다산형제와 <정황계>를 맺기도 해서 다산 사후의 얘기도 들을 수 있는 인물이다.
바로 그 인물이 살았던 일속산방. 반드시 복원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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