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 “동의서 받고 세운 것인데 이를 어쩌나”
근래에 보기 드문 폭염에 주민이 시달렸는데도 정작 세워 놓은 정각을 사용하지 못한 마을이 있다. 강진읍 고내마을에 정각이 들어선 것은 지난 7월 25일 경이었으나 1주일 남짓 사용한 후 한 달 동안 사용하지 못했다. 바로 옆집의 민원 때문이었다.
고내 마을에 도로가 뚫리면서 짜두리 땅이 생겨 마을의 숙원사업인 정각이 2천 만원 예산으로 세워졌으나 정각 옆 주민의 반대로 사용을 중단했다. 고내마을 이장은 “평소 정각 터에서 10여 명의 마을 주민이 쉬곤 했는데, 정각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자주 해왔다”며 “그 부근에 사는 주민들의 동의서를 얻었고, 정각 바로 옆집의 조 모 할머니한테도 동의서를 얻었으나 조 모 할머니의 자녀로부터 항의를 수차례 받아 사용을 중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 모 자녀는 “동의서를 받으려면 우리한테 받지 않고 왜 노인에게 받았느냐”며 “정각이 집 곁에 있기 때문에 시끄럽고 배설물도 생겨 불편하므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내개발위원회에서는 회의를 개최한 결과 사용을 중지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민원인을 설득하기 위해 그 형제들도 만나보았지만 묵살당하고 말았다.
민원인 가족의 말대로 이따금 노숙자가 잠을 자는 일도 있고 취객도 함부로 잠을 자는 바람에 마을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폭염 속에서도 정각을 이용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고내이장은 “민원인이 마을을 위해 허락해주면 백번이고 좋은 일이겠으나 지금까지는 가망이 없어보인다”며 “언제라도 옮겨야한다면 마땅한 부지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익적 건물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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