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눈 내리는 날의 독백
金永栢 (자유기고가, 군동초 42회.)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린다
창밖을 보아라
그리고
기린 목처럼 쭈욱 목을 늘려
저 하늘을 보아라
하얀 떡 가루가 폭포수처럼 아지누나
이런때면
우주의 자유공간에 회로의 접속이 폭주하겠지
어쩌면 빅뱅의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첫눈이 내리면
아니
함박눈이 온다면
가상의 법칙은
현재의 속에서 녹아버리겠지
살랑거리는 모든이의
바쁜 손놀림의 핸드폰, 이메일문자는
별처럼 촘촘이 엮어지겠지
하지만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내겐
계절의 감각이 무디어지고 사고(思考)가 정지되는 것은
이 또한 무슨 조화(造化)일까
휑한 내 머리위에 딩구는 낙엽의 속삭임은 들리지 않네.
생(生)은 무엇이며
사(死)는 무엇인가
저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이는 것이
生이라면
저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지면
死가 아니리요
하얀 눈이 내리네
하얀은 섞이지 않는 만물의 원소요
태고의 빛이 아닌가
그래
원래로 가자
내 순백은 되지 못할지라도
하얀 마음으로 돌아가자
미움도 내려놓고
원망도 내려 놓고
그리움으로 달려가자
절망도 내려놓고
희망으로 달려가자
우주의 언어를 들으러가자
눈(雪)아 광(光)을 발해다오
온 천지가 하얗토록
언젠가 나도 흰눈을 이불삼아
우주에 눕는 날이 있겠지
어느날 고독의 독백은 씁쓸했지만
아름다운 독백의 미학으로 위로했다고
그리고
그 겨울은 따뜻했노라고
아름다운 날이였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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