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 사진 관음전 내부
항하사 겁 맺은 인연들을 엮고 엮어서
한 떨기 연꽃으로 피웠나니
기껏해야 한평생 일백 년에서 머물고 마는
인간의 염원으로
강진땅 풍동마을, 남미륵사
56억 7천만 년 뒤 미래세상의 부처님,
미륵불의 용화세계를 구현한 까닭을
누가 알까요?
오직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듯
동이 틀 때마다 세우던 5백의 나한상이며
생각이 일 때마다 한 그루
한 그루 그렇게 수십, 수백만 그루의
숲을 이룬 철쭉 꽃길이며
연꽃으로 장엄한 연못과 방죽까지도
그 모두가 미륵불에 올린 공양이었음을
누가 알까요?
전생의 인연이었다지만
40여 성상, 미륵만을 품고 살아온
그 짧지 않은 세월의 인고(忍苦)
누가 알까요?
그래서일까요,
눈을 떠도 눈감아도
소리 없는 바람처럼 밀려드는 외로움
설움이 일 때마다
새겨넣은 미륵이야, 마음 속 가득한데
오늘 또 외로움으로 새긴 미륵을
아픈 가슴 쓸어내리며
관음전 꽃길 위에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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