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를 통해서 보는 국정농단

박종화 역사소설 '여인천하'와 우리 시대의 조명
뉴스일자: 2017-04-09

역사소설가 박종화 선생은 임진왜란 등 많은 작품을 썼다. 그 가운데  여인천하, 다정불심, 금삼의 피 같은 작품은 역사 속에 나타난 국정농단을 다룬 작품들이다. 다정불심, 은 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 읽으면서 박종화 선생께 직접 편지를 보낸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공민왕(1330-1374)과 노국공주에 얽힌 사랑을 다뤘다. 노국공주가 출산 중 사망하자 공민왕은 그리움이 사무쳐 정사를 멀리한다. 그의 개혁정신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승려인 편조(신돈)에게 정사를 맡긴 채 노국공주를 추념하는 일에만 매달리는 사이 신돈은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국정을 농단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신돈을 요승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천한 출신에서 일약 고려 최고의 대신으로 출세한 신돈은 왕권을 농락하다가 결국 파멸의 길로 빠지면서 자신은 물론 고려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말았다.

금삼의 피는 연산군 시대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많이 다룬 소재이기도 하다. 이 작품 속의 주인공인 장녹수는 연산군 일기에서도 기록되어 있듯이 남모르는 교사(巧詐)와 요사스러운 아양은 견줄 사람이 없었다. 연산군은 생모이자 폐비가 된 윤씨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었다. 폐비 윤씨가 성종에게 사약을 받고 피를 토하며 죽을 때 금삼에 핏자국을 남겼고, 그것을 왕이 된 후 보게 된 연산군은 무오사화갑자사화를 일으키며 손에 많은 피를 묻히고 만다. 집권 초기에는 백성들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서 현군의 자질을 보였지만 장녹수를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금삼의 피를 장녹수가 연산군에게 보여주었고, 그것을 받아본 연산군은 복수의 광기를 부리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장녹수는 왕의 총애를 바탕으로 국정농단을 시작하는데 중종실록에도 기록된 바와 같이 장녹수는 연산군의 절대적 권력을 이용, 별아 별 불법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연산군이 폐위되었을 때 국가의 법질서를 유린한 초법적이었던 장녹수 역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아 권력무상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여인천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그대로 닮은 조선시대 중종 때 정난정이란 여인을 중심부에 두고 있다. 정난정은 어떤 여인이었을까?

연산군을 폐위시킨 중종반정(中宗反正)이 성공한 후 중종은 박원종 일파 공신들에게 휩쓸려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반정공신들이 차례로 죽자 중종은 개혁을 위해 조광조를 발탁하게 되고, 조광조는 왕의 심임을 받아 개혁을 단행한다.

조광조가 실권을 잡자 이를 시기한 희빈 홍씨의 이간질이 시작되는데 비원 동산의 나뭇잎에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뜻의 주초위왕(走肖爲王)이란 글씨를 벌레가 파먹게 해 조광조는 사약을 받고 만다. 이로 인해 정난정과 윤원형은 절묘하게 정치권력을 형성하게 되고, 이 때 한평생 권세 없는 왕비와 대비가 될 수 밖에 없는 중종의 제2계비 왕후 윤씨와 정권을 은밀히 장악해 간다.

정난정은 본디 첩의 소생이었다. 그녀는 윤원형의 첩으로 들어와 정실부인을 독살해 자리를 빼앗았다. 그리고 왕후 윤씨와 결탁하여 측천무후처럼 권력욕을 부추기고 장자방 노릇을 거침없이 해댔다. 난정은 왕후의 신임을 돈독히 얻으면서 윤원형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가다가 당시 엄격한 신분제도가 있었음에도 왕후를 통해 상승을 꾀하고자 나라의 기강을 흔든다.

정난정의 국정농간은 끝이 없었다. 공직의 부정한 천거를 통해 벼슬이 내려졌고 윤임을 역적으로 몰아 귀양을 보내기도 하고 옥사를 일으켜 수많은 선비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불교세력과도 결탁하여 안변에 있는 보우라는 승려와 결탁해 20년의 세도를 누린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고 했던가. 세상의 모든 일은 변하고 또 변해서 영원한 것이 없듯이 승려 보우는 말을 타고 도망가다 붙들려 제주도에서 장살을 당하고, 난정 역시 사직당한 윤원형은 스스로 자진을 하고 만다. 그리고 난정은 금부도사가 자신에게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독약을 마신다.

박종화 선생은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와 정난정의 여인천하를 장편소설로 그려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박종화 선생의 여인천하는 당시 사회의 병리현상을 고발하고자 했고, 이러한 작품을 통해 역사의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최순실이란 개인이 사적 친분을 내세워 현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인사, 재물 등을 꾀하였고, 딸 정유라에게도 특혜를 받게 하는 등 대한민국을 철저히 유린하였다. 이것은 정난정이란 천한 출생의 한 여인이 정경부인까지 오르며 권력의 핵심인 문정왕후를 이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우라는 승려를 지원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이야기와 같다.

박종화는 국가권력의 배후에 개인적인 이욕(利慾)에 눈이 어두운 여인들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인천하와 같은 작품을 썼던 것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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