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지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숲으로 들어가 숲의 문을 차례로 열어젖히고 끝 보이지 않는 깊은 산 속으로 타박타박 걸어 들어가 살고 싶어진다. 마음의 어둠 검은 밤처럼 던져 버리고 우수수 쏟아질 듯 열린 하늘 별 가득한 별들을 한 낮에 추수하여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한 재산 일구어내는 숲 닮은 광활한 사람을 꿈꾸는 눈동자 깊은 사람이 되어’... ...
어디서 발췌했는지 모르는 메모장에 적힌 글에서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돋을 것 같은 이 정결한 문구에 간절히 떠오른 숲.
바람결에 초록이랑을 들썩이고 있을 숲의 유혹에 길을 나섰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물러야 발자국이 쉰다했으니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여유를 갖고 싶어졌다.
나무는 항아리, 꽃, 돌, 책 등등과 함께 내가 오래 오래 벗 삼기로 작정한 것들 중의 하나다. 평생 한 곳에서 상처 받은 우리의 근심을 들어주고 언제라도 가슴 내밀어 넉넉히 기대게 해주는 존재가 몇이나 될까. 저 광활하게 펼쳐진 울울창창한 산림도 누군가 정성껏 심은 한 그루 묘목에서 출발했으리라, 한 사람의 정성스런 손길 발길이 그곳에 제 둥지 틀어놓고 찬미가를 부르는 새의 노래와 잎사귀에 살랑거리는 바람과 넉넉한 햇살, 거기에 세월이 거들어 완성한 합작품이다.
보은산 샘터를 향해 천천히 올라간다. 내 발자국이 수풀의 줄기를 다독이는 한 줄기 가벼운 바람의 행보처럼, 눈부시되 요란하지 않는 햇살처럼, 그리고 유난히 목소리 고운 새처럼, 할 수 만 있다면 낙엽 사이를 기척 없이 다니는 작은 풀벌레 닮기를 바라며, 웬일 인지 오늘은 사람
이 없었다. 인적이 없는 곳에 자리한 샘터 벤치에 앉아 내 삶의 풍경화를 펼쳐본다. 수풀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한조각 구름 미세한 바람이주는 운치에 젖어 그 곳에 머무는 한 여인, 그 심신을 들여다보니 이런저런 단상들이 스친다.
솔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는 자연의 소리가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하고 정겹기만 하다.
깊은 심호흡을 해본다. 자연이 들려주는 지혜 속으로 산속의 공기 정화로 숲의 음이온이 산만하던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준다. 명상과 같은 편안한 상태가 되면 우리의 뇌에서는 뇌파의 활동이 완화되고 알파파가 폭발적으로 생산이 되는데 이 상태를 알파상태라고 하지 않는가! 간만에 알파상태로 들어가 보자.
하얀 수피가 너무나 아름다워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귀하게 여겨 수중공주요, 나무의 여왕으로 불리는 자작나무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수런대는 자작나무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한 숲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이리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가?’ 등등, 우리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허망함으로 맥이 빠지면 지상의 석학이자요 은자인 숲에게 물어보자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맞춤한 장소가 숲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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