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 송하훈
다산이 강진에 와서 유배생활을 하던 3년째 1803년의 일이었다. 이정(里正:지방관리)은 갈밭마을에 사는 농부의 생후 3일된 아들을 군적에 올려놓고 군포를 부과했다. 농부는 억울해서 항의했으나 오히려 생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를 끌고 가버렸다.
농부는 기가 막혀 자신의 생식기를 잘랐다. 자식을 낳지 않으면 이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젊은 아낙은 남편의 생식기를 들고 관아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관아에서는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다산은 이와 같은 참혹한 모습을 보고 <애절양>이란 시를 썼다.
애절양(哀絶陽)
갈밭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관아의 문으로 달려가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네.
전쟁 나간 지아비 못 돌아올 수는 있어도
남자가 제 양경 잘랐단 말 들어본 적 없다네.
시아버지 상 끝나고 아인 아직 핏덩인데
삼대의 이름이 군보(軍保)에 올랐구나.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범과 같고
이정은 으르대며 외양간 소 끌고 가네.
칼을 갈아 방으로 가 피가 자리 가득하니
자식 낳아 곤액 당함 한스러워 그랬다오.
잠실(蠶室)의 음형(淫刑)이 어이 허물 있으리오.
민 땅 아이 거세함은 실로 또한 슬프도다.
생생(生生)의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라
하늘 도는 아들 되고, 땅의 도는 딸이 되네.
말과 돼지 불알 까는 것도 서럽다 하는데
은혜로 차례 이을 생민(生民)이야 오죽할까
부잣집은 1년 내내 풍악소리 잡히면서
곡식 한 톨 비단 한 치 내는 법이 없다네.
다 같은 백성인데 차별 어이 이리 하나.
객창에서 자꾸만 시구편을 외우누나.
다산은 어렸을 때부터 지방관인 아버지를 따라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또한 관리와 아전이 세금 징수로 재산을 몰수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경세유표>에 이렇게 썼다.
“깊이 생각하니 터럭같이 사소한 모든 일에 병폐 아닌 것이 없으니, 지금에 와서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를 망치고야 말 것이다. 이 어찌 충신과 지사가 팔짱 끼고 방관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그리고 <목민심서> ‘권8’, ‘병전육조’ 첨정에 실었다.
‘이 시는 가경(嘉慶) 계해년(순조 3년) 가을에 강진에 있을 때 지은 것이다. 그때 갈밭마을에서는 낳은 지 사흘 된 아들이 군적에 올라갔고, 관리는 군포 대신 소를 빼앗아갔다. 백성이 칼을 뽑아 그 양경을 스스로 자르며, “내가 이것 때문에 이러한 곤경에 처했다”고 했다.
그 아내는 피가 떨어지는 양경을 가지고 관아에 나아가 통곡하며 소고하려고 했으나 문지기는 그녀를 막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시를 지었다,’
다산이 애절양의 시를 짓게 된 것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백성들이 사는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목민심서>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다산이 환갑이 되던 1822년 ‘자찬묘지명’을 다음과 같이 지었는데, 이는 1표2서로 대표되는 다산의 저술 활동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강진으로 유배되어 가자 어린 시절에는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20년 동안 속세의 길에 빠져 다시 선왕(先王)의 대도(大道)가 있는 줄을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축하했다. 그리하여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를 가져다가 몰입하여 탐구하고, 한나라 위나라 이래 명나라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가(儒家)의 학설에서 경전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널리 수집하고 두루 고찰하여 오류를 잡았으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나름대로 학설을 갖추었다.
경세유표(經世遺表)
국가 경영에 관한 일체의 제도 법규를 개혁하는 것에 대해 논한 책이다. 행정기구의 개편을 비롯하여 과거제도, 토지제도, 세금제도 등 모든 제도에 대하여 적절하고도 준칙이 될 만한 것을 정리했다.
경세유표는 1817년에 저술하였는데, 다산은 <경세유표>를 쓴 목적을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이라고 하여 조선을 통째로 개혁해보겠다는 뜻에서였다. 원래 제목은 <방례초본>으로 1표 2서로 대표되는 경세론을 펼친 저술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관이 된 사람의 마음가짐과 윤리의식, 그리고 백성을 다스리는 요령과 귀감이 될 만한 일을 저술한 책이다.
<목민심서>는 48권 16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산의 <경세유표>가 정부기구의 제도적 개혁론을 편 것이라면 <목민심서>는 지방 관리의 윤리적 각성과 농민경제의 정상화 문제를 다룬 것이다.
<목민심서>는 특히 고을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저술이다. 아울러 고을 수령이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과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를 조목조목 적고 있다.
흠흠신서(欽欽新書)
이 책은 다산이 곡산부사로 있을 때 실제로 수사했던 사건들을 토대로 쓴 ‘판결과 형벌 및 치옥(治獄)에 대한 주의와 규범’에 관하여 쓴 책이다. 30권 10책으로 구성된 <흠흠신서>는 1822년에 간행되었는데, 다산은 흠흠신서에서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일은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법의 집행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뜻에서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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