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한 달과 함께 술잔을 드니
마치 밝은 달이 술잔 속에
떠있는 듯 비쳐 들고
나의 그림자가 맞장구를 치니
결국 달과 나와 그림자 셋이네.
달은 본래 술 마살 줄 모르고
그림자도 건성으로
나를 따라 움직일 뿐이나
내가 노래하면 달이 서성대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놀아나네.
맑고 밝아 고결한 저 달
사람은 달에 올라갈 수 없으나
손으론 잡힐 듯도 한데
달빛은 천지에 널 부러져
남에게도 비추고 나에게도 비추네.
가슴이 막힐 듯 수심이 많을 때는
달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
더 이상 수심은 오지 못하고
답답하던 가슴이 저절로 풀어지니
달은 전부터 나의 친근한 벗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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