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학·예학·음악·의학까지 정약용 선생 사상 집대성
10년간 174명 전문가 집필, 사전 편찬은 국내서 유일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학문 세계를 정리한 ‘다산학 사전’이 출간돼 화제다. 수록된 항목만 1795개이며 1948쪽의 방대한 책으로 200자 원고지 2만 장이 넘는 분량이다. 학자 한 사람의 학문을 주제로 사전 편찬한 것은 국내서 처음 있는 일로서 다산학술문화재단(이사장 정해창)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10년간 174명이 집필에 참여해 편찬·출간했다.
강진이 잘 알고 있고 다산과 다산의 1등 제자 황상에 대해 책을 출간한 한양대 정민 교수를 비롯해서 금장태, 송재소, 임형택 등의 원로들이 가세했다. 이 사전은 다산학·한국학 연구자를 망라하여 집필한 것으로 경학, 예학, 문학, 역사지리학은 물론 음악, 미술, 과학, 의학 분야까지 아울렀기 때문에 다산의 학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재야 학자로 글쓰기에 전념했는데, 해배가 된 후 인생 후반기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인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가 구한말 발간되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36년 서거 100주년을 맞아 ‘여유당전서’가 발간되면서 다산의 개혁정신이 주목받았다. 이는 ‘조선학운동’의 일환으로 일제 강점기 때 식민 통치가 계속되자 우리말과 역사를 지키자는 데서 비롯되었다.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다산학’ 항목은 다산학의 입문코스가 될 만한 내용으로 성리학과 실학,서학과의 관계부터 다산학의 연구 현황까지 간추렸다. 이 글은 원고지 70장이 넘는 분량으로 ‘다산학 사전’에서 가장 길다. 또 다른 항목 ‘함봉련 옥사’는 정조(正祖) 지시로 형조참의였던 정약용이 12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을 재수사한 내용으로 정약용이 주범으로 몰린 함봉련의 억울한 살인죄를 밝혀내고 진범을 잡았다. 이는 정약용의 법률서인 ‘흠흠신서’의 내용으로 철학과 예학은 물론 실용적 학문을 추구한 다산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 항목은 정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썼는데, 118개 항목(공동집필 포함)을 집필, 가장 많은 분량을 맡은 필자로 꼽힌다.
다산에 관련된 책과 연구서들은 많다. 그러나 이 사전을 통해 좀 더 심도 있게 다산학을 공부하는데 크게 일조를 할만한 책이다. (구성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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