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
대구면 계율리 계치마을
조지현 이장(64)
펼쳐진 들녘을 둘러싼 계치, 청용, 난산마을 세 마을을 합쳐 계율리라 불린다. 계치마을은 장흥과 인접한 경계지점으로 뒷산인 대계산(만경대)은 풍수지리상 수탉 형이다. 이웃마을인 청용마을, 난산마을과 함께 닭이 알을 부화해야 병아리가 나오는 것처럼 닭에 관련된 지명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자를 굽던 옛 가마터가 곳곳에 남아 있어 도자기를 구워내던 지역으로도 지명이 일치하고 있다. 지금은 대계산을 중심으로 장흥군과 경계를 이루며 경지정리가 된 논이 많으나 예전에는 거의가 돌 자갈 밭으로 산골마을 사람들인 계치마을 사람들은 주로 밭농사와 약초 캐기로 소득을 삼아왔다. 80년대 용운리 저수지가 생김으로서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영농을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고 그때 밭을 모두 논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조지현 이장은 계치마을 태생으로 84년 85년에 2년간 이장을 한 뒤 올해 다시 이장을 맡고 있으며 아내 김종애(62)씨와 논농사를 짓고 있다. 2남3녀 중 큰아들 조영필(38)씨는 건설회사에서 전기 감리를 하고 있으며 막내아들이 아직 미혼이다. 산골마을에서 적은 농사지만 부지런히 일구며 살아왔고 자식농사도 잘 지어 자녀들은 전남 일대에서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조이장은 “우리 동네는 거의가 밭이었어요. 밭만으로는 소득이 안 되니까 다른 일들을 하지 않으면 살기가 힘들었다고 봐야지요. 용운리 저수지가 생기고 나서 밭을 논으로 바꾸어서 그나마 좋아졌지요. 소농으로 평범한 마을입니다.” 계치마을 주변에는 청자가마터가 많이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경지정리도 반듯이 나지 않고 돌려져서 난 곳도 있으며 도로도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비켜서 나기도 했다. 현재 53가호에 여자 57명, 남자 58명 정도로 비슷한 성비를 보이고 있으며 90%정도가 65세 이상으로 고령화되었다. 그러나 빈집이 없는 동네로서, 빈집이 생기면 빈집을 사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조이장은 “어렸을 때부터 청자파편을 많이 보았어요. 일본사람들이 긴 창을 갖고 다니면서 청자가 있을만한 곳은 푹푹 찔러 봤다고 해요. 고려장했던 장소라든지 가마터를 찾아서요. 우리도 청자파편을 갖고 놀았고요. 그런데 어른들은 고려 것이 나오면 좋지 않다며 보이는 데로 변소 간에 던져버리던가 깨버리곤 했지요.” 좋은 것은 일본사람들이 다 찾아 가다시피 했다는데, 일본사람들은 해방이 된 이후에도 다시 찾아와 청자를 사가기도 했다고 한다. 계치마을이 처음 생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본래는 序氏가 터를 잡고 살아 왔으며 창령조씨가 1500년경 이곳으로 이거해와 현재에도 창령조씨가 많이 거주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범바우는 구전되는 전설이 있다. 조선조 말기 순조 때 담력이 세고 힘이 장사인 조석관이라는 창령조씨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조씨는 어느 날 풀을 베러가기 위해 숫돌에 낫을 갈면서 '오늘은 호랑이나 한 마리 잡아야겠다.‘ 라는 말을 했다. 항동 백사마을로 풀을 베러간 일행이 서로 흩어져 있을 때 갑자기 조석관 앞으로 호랑이가 나타나 덤비려 했다. 조씨는 평소 듣던 대로 호랑이에게 웃옷을 벗어 던졌더니 호랑이가 옷을 덥석 물었다. 이때 호랑이를 덮쳐 왼쪽 옆구리에 끼고 목을 조이면서 함께 간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겁에 질린 사람들은 접근을 못했고 조씨는 옆구리에 끼었던 낫으로 호랑이의 배를 내리찍었다. 호랑이를 짊어지고 돌아온 조씨는 마을 앞 바위위에 호랑이 가죽을 벗겨놓고 오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며칠 후 조씨는 자기 집에서 기르던 황소를 바위 옆에 메어두었는데 황소가 바위를 짐승으로 알았는지 뿔을 들이대고 힘겨루기를 하였다. 황소는 뿔이 빠지고 피가 낭자해도 계속 바위를 들이 받더니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호랑이는 배가 갈려 죽었으나 가죽만으로도 조씨의 황소를 잡아 앙갚음을 한 것이다. 이후부터 이 바위를 범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대계산 만경대가 악산이어서 마을사람들의 성격도 약간은 급한편이라고 말하는 조이장은 “대계사를 중심으로 학문에 열심한 마을이기도 하며 성실한 농사꾼 정신이 강한 마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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