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명언이 있다. 그만큼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장수는 자신의 안위보다 명예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명예롭지 못한 삶보다는 명예롭게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용장으로 평가받는 항우도 해하의 전투에서 패하자 그의 70전 무패라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선택하였고,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아내지 못해 탄금대에서 몸을 던진 신립 장군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는 조선 시대 강진군 작천면 출신인 김억추 장군의 생애를 다른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정찬주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되었다. 작가는 자기다운 삶으로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정신세계를 탐구해오고 있다. 임진왜란 때 명량 행전에 참전한 김억추 장군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여러 사료들을 천착하고 이 소설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작가 후기에서 “나는 김억추 장수의 위상을 한마디로 평가하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전라우수사 김억추 장수는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통제사와 함께 눈부신 전공을 세우고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던 용장이다.”고 하였다.
작가는 김억추 장군이 평가 절하된 이유가 김억추 장수를 고민 없이 무능하고 비겁한 장수로 해석해버린 강단사학자들이나 영화<명량>의 오류로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오류가 김억추 장군을 평가절하하는 듯한 《난중일기》의 두어 구절 때문으로 파악했다. “우수사 김억추는 겨우 만호(萬戶)에나 적합할까 대장감이 못 되는 사람인데 좌의정 김응남이 서로 친밀한 사이라고 해서 함부로 임명하여 보내다.”와 “여러 장수들은 스스로 적은 군사로 많은 적과 싸우는 형세임을 알고 달아날 꾀만 내고 있었다. 김억추가 탄 배는 벌써 2마장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이다.
명예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특히 나라에 충성을 다한 장수의 명예는 올바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는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를 다한 김억추 장수를 재조명하게 한다. 또한 이 소설은 우리에게 친밀감도 주고 있다. 왜냐하면 작가가 소설 속 등장인물 중 강진지역 인물들의 대화를 우리 지역의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강진 군민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고 김억추 장군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해보시길 기대한다.
김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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