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세계 질병의 진화에 대해서 알아본다 6
뉴스일자: 2020-05-04

지난호에 이어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명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인류 역사에 치명적인 영향 미친 세균들

인류의 역사에서 치명적인 세균들이 갖는 중요성은 유럽인들이 신세계를 정복하고 원주민들을 말살시킨 과정에서 잘 나타나 있다. 유럽의 총칼에 의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유럽의 병원균에 위해 병상에서 목숨을 잃은 원주민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이 같은 병원균들은 대부분이 인디언과 그 지도자들을 죽이고 생존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림으로써 인디언들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예를 들자면 1519년에 코르테스는 지독하게 군사 중심적인 인구 수천만의 아스텍 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600명의 스페인인을 이끌고 멕시코 해안에 상륙했다. 그러나 코르테스는 아스텍의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에 입성하여 겨우 병력의 3분의 2만을 잃고 무사히 탈출했으며 싸움을 거듭한 끝에 결국 해안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는 스페인의 군사적 이점과 아스텍족의 어리숙함이 함께 작용했다.

그러나 코르테스가 다시 쳐들어왔을 때 아스텍인들은 더 이상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았고 몹시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그런데도 스페인인들이 유리했던 것은 바로 천연두 때문이다. 이 병은 1520년에 스페인령 쿠바에서 감염된 한 노예와 더불어 멕시코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유행병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아스텍족을 몰살시켰으며 그 속에는 쿠이틀라우악 아스텍 황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스페인인들은 무적임을 알리려는 듯 스페인인은 내버려두고 인디언만 골라 죽이는 이 수수께끼의 질병 때문에 아스텍의 생존자들은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약 2000만에 달했던 멕시코 인구가 1618년에 이르렀을 때는 약 160만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1531년 피사로가 168명을 거느리고 수백만 인구의 잉카 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페루 해안에 상륙했을 때에도 그와 같은 무시무시한 행운이 따랐다. 물론 피사로에게는 행운이었고 잉카족에게는 불운이었지만 이미 1526년경에 육로를 통해 들어온 천연두가 우아이나 카파크와 그의 후계자를 포함하여 잉카족 인구의 대부분을 몰살시켰던 것이다. 3장에서 이미 보았듯이 제위 문제로 우아이나 카파크의 다른 두 아들 아타우알파와 우아스카르가 내전을 벌이는 트을 타서 피사로는 분열된 잉카족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1492년 당시 신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았던 사회를 생각하면 대개 아스텍족과 잉카족만 떠올리기 쉽다. 북아메리카에도 많은 인구를 가진 인디언 사회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가장 그럴듯한 지역, 즉 오늘날 최고의 농경지가 펼쳐져 있는 마시시피 강 유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경우에는 그곳의 사회들이 붕괴되기까지 정복자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대신 한발 앞서 전파된 유라시아의 병원균이 모든 일을 해치웠다.

1540년 에르난도 데 소토는 미국 동남부에 진출한 최초의 유럽인 정복자가 되었다. 당시 그가 지나간 인디언 마을들은 주민들이 유행병으로 전멸하여 이미 2년 전부터 텅 비어 있었다. 그 유행병들은 해안에 찾아온 스페인인들에게서 전염된 해안 지방의 인디언들로부터 퍼진 것들이었다. 스페인인들의 세균이 오히려 스페인인들보다 먼저 내륙으로 진출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 소토는 미시시피 강 하루 쪽에서 인구가 조밀한 여러 인디언 마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탐험이 끝난 후 유럽인들이 다시 미시시피 강 유역에 진입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지만 유라시아의 세균들은 이미 북아메리카에 뿌리를 내리고 계속 전파되었다. 미시시피 강 하류에 다시 나타난 유럽인들은 1600년대 말엽의 프랑스 정착민들이었다. 그때 이미 인디언의 큰 마을들은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고 그들이 남긴 흔적이라고는 미시시피 강 유역 여기저기에 있던 거대한 둑뿐이었다.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우리는 콜럼버스가 신세계에 도착할 무렵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둑을 쌓았던 많은 사회들이 대체로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는 것. 그리고 1492년에서 유럽인들이 체계적으로 미시시피 강 유역을 답사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아마도 질병으로 인하여 그 사회들이 붕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의 어린이들은 원래 북아메리카에는 100만 명가량의 인디언밖에 없었다고 배웠다. 이렇게 적은 수라면 거의 빈 대륙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백인들의 정복을 정당화하는 데 유용했다. 그러나 고고학적인 발굴과 미국의 해안 지방을 처음 밟은 유럽인 탐험가들의 기록을 자세히 검토한 결과 인디언들이 처음에는 약 2000만 명에 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세계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한 세기에 걸쳐 인디언의 인구는 최대 95%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디언들이 죽은 주된 요인은 구세계의 병원균이었다. 인디언들은 그런 질병에 노출된 적이 없었으므로 면역성이나 유전적인 저항력이 전혀 없었다. 살인적인 질병의 1위 자리를 놓고 다투었던 것은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발진 티푸스 등이었고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듯 디프테리아, 말라리아, 볼거리, 백일해, 페스트, 결핵, 황열병 등이 그 뒤를 바싹 따랐다. 병원균이 보인 파괴력을 백인들이 직접 목격한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1837년 대평원에서 가장 정교한 문화를 가지고 있던 만단족 인디언들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미주리 강을 타고 거슬러 올라온 한 척의 증기선 때문에 천연두에 걸렸다. 만단족의 한 마을은 불과 몇 주 사이에 인구 2000명에서 40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신세계에 뿌리 내린 구세계의 전염병

이렇게 신세계에 새로 뿌리를 내린 구세계의 주요 전염병은 수십종이나 된다. 그러나 남북아메리카로부터 유럽으로 건너간 살인적인 주요 질병은 단 1종도 없는 듯하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매독이겠지만 이 질병의 발원지는 아직 논쟁 대상으로 남아 있다. 대규모의 조밀한 인구 집단은 곧 대중성 전염병이 진화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일방적이었던 병원균의 교환은 더욱 충격적이다.

콜롬버스 이전의 신세계 인구를 재평가한 최근의 수치가 정확하다면 그것은 동시대의 유라시아 인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테노치티틀란 같은 일부 신세계 도시들은 그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에 속했다. 그런데 왜 테노치티틀란에는 스페인인들을 기다리는 무서운 병원균들이 없었을까?

한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신세계에서 조밀한 인구 집단이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가 구세계에서보다 다소 늦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안데스, 중앙아메리카, 미시시피 강 유역처럼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구가 가장 조밀했던 세 중심지는 로마 시대의 유럽, 북아프리카, 인도, 중국처럼 정기적이고 신속한 교역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세균 번식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신세계에 치명적인 대중성 유행병이 아예 발생하지도 않은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1000년 전에 죽은 한 페루 인디언의 미라에서 결핵 DNA가 발견되었다고 보고된 적은 있지만 이때 사용했던 확인 방법으로는 인간의 결핵과 야생 동물들에게 만연되어 있는 가까운 관계의 병원체를 구별할 수 없다).

남북아메리카에서 치명적인 대중성 유행병이 발생하지 못했던 주된 원인은 간단한 질문 하나만 던져보면 저절로 분명해진다. 과연 어떤 세균으로부터 그러한 질병이 진화될 수 있었을까? 앞서 우리는 유라시아의 대중성 질병들이 바로 유라시아의 가축화된 군거 동물이 지니고 있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진화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유라시아에는 그런 동물들이 많이 존재했지만 남북아메리카에서는 종류를 막론하고 단 5종의 동물밖에 가축화되지 못했다. 멕시코와 미국 서남부의 칠면조, 안데스의 라마/알파카와 기니피그, 열대 남아메리카의 사향물오리, 그리고 남북아메리카 전역의 개가 전부였던 것이다.

이처럼 신세계의 가축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은 애당초 가축화할 만한 야생 동물이 소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앞서 확인했다. 남북아메리카의 대형 야생 포유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00년 전인 최종 빙하기 말기에 80%가량이 멸종되었다.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손에 돌아온 몇 종의 가축마저도 소나 돼지에 비하면 대중성 질병의 공급원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사향물오리와 칠면조는 거대한 무리를 이루고 살지 않으며 (가령 새끼양처럼) 마구 안아주고 싶어서 우리가 신체 접촉을 많이 하는 종도 아니다. 기니피그는 샤가스병(흡혈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라틴아메리카의 풍토병)이나 레슈마니아증(트리파노소마의 일종인 레슈마니아의 감염증)같은 트리파노소마 감염증을 우리에게 전했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얼핏 보았을 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라마 또는 알파카로부터 얻은 인간 전염병이 하나도 없다는 점인데, 이 동물들은 유라시아의 가축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마가 병원체의 공급원이 되기에는 네 가지 결림돌이 있었다. 라마는 양, 염소, 돼지보다 적은 무리를 지었고 안데스 밖으로 전파되지 못했으므로 이들의 전체 수효는 유라시아 가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었다. 또한 사람들은 라마 젖을 먹지도 않고 따라서 그 때문에 감염되는 일도 없고 라마를 실내에서 기르지 않으므로 사람들과 그리 가깝게 지내지도 않는다. 그와 대조적으로 뉴기니 고지대의 산모들은 흔히 돼지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돼지뿐만 아니라 소까지도 실내에서 기르는 농부들이 많다.

 

유럽이 여러 대륙에 준 사악한 선물

동물에서 유래된 질병들의 역사적 중요성은 구세계와 신세계의 충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유라시아의 병원균은 그 밖의 많은 지역에서도 원주민들을 몰살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 안에는 태평양의 도시 주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남아프리카의 코이산족(호텐토트족과 부시먼)등도 포함된다. 유라시아의 병원균에 노출되지 않았던 민족들이 입은 피해는 누적 사망률 50%부터 100%에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면 히스파니올라 섬의 인디언 인구는 콜럼버스가 도착한 1492년 무렵 약 800만이었는데 1535년에는 0으로 줄어들었다.

1875년 피지 제도의 한 추장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다녀올 때 피지에 상륙한 홍역은 그 당시 살아 있던 피지인들을 약 4분의 1이나 죽이고 말았다(이때는 유럽인들이 처음 찾아온 1791년부터 시작된 유행병으로 인해 이미 대부분이 피지인들이 죽은 후였다). 1779년에 쿡 선장과 함께 들어온 매독, 임질, 결핵, 인플루엔자, 그리고 1804년에 크게 유행한 장티푸스를 비롯한 수많은 소규모 유행병 때문에 하와이의 인구는 1779년에 약 50만 명이었던 것이 1853년에는 84000명으로 감소했다. 그해에 드디어 하와이에 상륙한 천연두가 약 1만 명의 생존자를 해치웠던 것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병원균이 항상 유럽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 비록 신세계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유럽인을 기다리는 토종 유행병이 없었지만 열대 아시아,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뉴기니에는 있었다. 말라리아는 구세계의 열대 지방 전역에서 콜레라는 열대 동남아시아에서, 황열병은 열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열대성 살인 질병이었다.

이 병균들은 유럽인들이 열대 지방을 식민지화할 때 가장 심각한 장애물이었다. 따라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대부분 지역과 뉴기니를 분할하여 식민지로 만든 것은 신세계에서 식민지 분할을 시작한 뒤 거의 400년이 흐른 다음이었다. 더 나아가서 유럽인의 선박이 왕래함에 따라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남북아메리카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 질병은 신세계의 열대 지방을 식민지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방해물로 떠올랐다. 익히 알고 있는 사례로는,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려던 프랑스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일, 그리고 비록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거의 좌절된 뻔했던 미국의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염두에 두고 과연 병원균은 얄리의 질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자.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 등에서 유럽인들은 그들이 정복한 비유럽인들에 비해 크나큰 이점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같은 이점만으로는 예당초 유럽의 소수 이주민들이 어떻게 남북아메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토록 많은 원주민들을 교체할 수 있었는지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유럽이 다른 여러 대륙에 이 사악한 선물 유라시아인들이 오랫동안 가축과 밀접하게 살았기 때문에 진화된 각종 병원균을 주지 않았다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정리: 이현숙 기자)


이 뉴스클리핑은 http://goeul.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