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강진읍 초동마을
박천석(80) 유시단(77)부부
박천석, 유시단 어르신 부부는 초동마을 앞에서 논에 볍씨를 뿌리는 직파작업을 하고 있었다. 물이 찰랑찰랑 담겨진 논에서 물장화를 신고 걷는 것조차도 힘들게 느껴지는데, 박씨는 등에 동력분무기를 짊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날쌔게 논 한 방구를 왕복하는 모습은 젊은 사람 못지않은 힘이 넘쳐 보인다. 유할머니는 경운기 위에 있는 세 둥치의 볍씨 다발을 들어올리며 남편이 금방 직파를 하고 나오면 동력분무기 통에 볍씨를 채워주기 위해 준비를 한다. 오늘 뿌리고 있는 볍씨는 운광벼라고 한다. 빠른 수확과 좋은 쌀을 얻기 위해 최고로 좋은 볍씨를 구해서 종자를 소독한 후 침종하여 좋은 씨앗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 후 오늘까지 3일간 직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 30마지기 논농사를 지어오고 있다는 박씨 부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수입은 고만고만하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5남매를 두었지만 30마지기 농사를 지어오면서 모두 키워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박형순51, 박용선46, 순옥, 종님, 숙희)에게 좋은 식량을 대줄 요량으로 힘들어도 농사를 계속 하고 있다. 옛날에 비해 지금은 좋은 기계들이 많아 편하게 농사를 짓기는 하지만 기계 값으로 많은 돈이 나가버리기 때문에 큰 수입이 되지 않으며 쌀값이 싸기 때문에 수익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박씨부부는 3일간 연속 아침 8시에 점심을 준비해서 논으로 출근을 했다. 오늘까지 17마지기에 직파를 끝내고 나머지는 친환경 유기농 보리를 베어 내어야 모를 심을 수 있다. 박씨는 “항상 짓던 것이라 던져 불도 못 허고 이렇게 하고 있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어찌할 수 없는 논이라 억지로 짓고 있는 농사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흡족한 표정이다. 1년 농사지어 겨우 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지만 박씨부부 나이에 노동을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쁨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할머니는 “시방은 게으른 사람이 살 세상이재. 보지런헌 사람은 살 세상이 아녀요. 노는 사람은 정부에서 돈 주고 보지런히 일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줘요.” 박씨 부부는 아직도 손수 농사를 짓기 때문에 노령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틀려먹었어요. 게으른 사람에게는 거저 돈을 주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살려고 하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으니 말여요.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그러니까 나라가 희망이 없어요.”라고 박어르신도 말을 거든다. 젊은 사람들도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은 나라가 자꾸만 게으른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어왔던 농사여서 손을 놓는 일도 쉽지 않고 내 땅이기에 스스로 힘닿는데 까지 하고 있지만 몸이 안 따라 준다면서도, 옛날 손으로 나르고 짊어지고 다니던 때에 비하면 편한 세상이니 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부부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 낮, 논두렁의 최고 자가용인 경운기 옆에 정답게 앉아 김치와 나물로 점심을 하고 막걸리 한잔씩을 나눈다. 그리고는 곧바로 논으로 들어갔다. 해가 지기 전에 직파를 끝내고 싶기 때문에 한시가 아까운 것이다. 일을 마치고 석양이 드리워진 논두렁을 털털거리며 빠져나오는 경운기를 끌고 타고 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매우 정겹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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