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 한가위 될 듯
오겠다는 자식, 주위 눈치 보여 만류
벌초는 대행사에 맡기고 제사는 간소하게
군동면에 거주하는 K(68세 여)씨는 혼자 지내면서도 일찌감치 두 자식들에게 추석에 내려오지 못하게 일러두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눈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는 추석이 다가오기 전부터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몹시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내 자식이 오면 괜찮지만 남의 자식이 오는 것은 불쾌했던 것이다.
칠량면에 사는 H씨(80 여)도 “자식들이 4남매나 되지만 한꺼번에 몰리면 집안이 꽉 차서 이웃집 보기가 민망스러워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며 “우리만 오고 남은 못 오게 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아예 못 내려 오게 했다”고 말했다.
도암면에 사는 S씨(75 남)는 “내려오겠다고 하면 내려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밖으로 나가지 말고 집에서만 있다가 조용히 가도록 하겠다”며 “그러나 보고 싶어도 내려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객지에 사는 자식들과 함께 추석 제사도 지내고 성묘도 하는 풍경이 거의 없어질 추세다.
김은주 강진군이장단장은 “올 추석만큼은 참아달라고 출향인들에게 하소연을 해야 할 상황이다”며 “이장단 회의를 열어 공개적으로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가족끼리 명절을 통해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이다.
김은주 강진군 이장단장은 지난 11일 각읍면 이장단장에게 보내는 서안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빠르고 발생형태가 수도권 중심에서 대전, 충청권 및 전북, 광주에 이어 전남도까지 발생되고 있어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며 “특히 추석명절 친척 친지분들께서 고향방문 및 성묘 등으로 인하여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되고 이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이미 전남도와 강진군에서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협조사항을 통해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동참 해달라”고 호소했다.
1. 추석 고향방문 및 성묘자제 2. 타지역 가급적 방문자제 3. 전통시장 마트 방문시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준수 4. 소규모 종교모임, 방문판매 투자설명회 등 모임자제 조치 5. 3밀(밀폐, 밀집, 밀접)에 해당하는 장소 방문자제
6. 발열, 인후통 등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자가격리 철저(3~4일 집에서 쉬기) 및 가족 간에도 거리유지
7. 2미터 이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생활화 등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축석 연휴 기간 동안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묘와 차례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한국철도 역시 8일과 9일 양일간 추석 열차 승차권 예매시 창가 좌석만 예매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람과 사람간의 거리를 철도에서도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닷새 동안은 화장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은 임시 폐쇄돼 현장방문이 불가능하므로 성묘를 온라인으로 치르는 가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주 초부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성묘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부득이 납골당 등 실내 봉안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사전예약제를 시행해 인원을 최소화한다.
강진군보건소는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사회적 거리가 강화됨에 따라 마스크 착용, 사람간 접촉 최소화, 손 씻기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올 추석 명절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예년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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