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없는 듯이 어느 틈새에⌟를 <사의재>에서 발간했다. ⌜아름다운 강진만⌟ ⌜모란이 지고 나면⌟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너무 확 띄게 살 필요가 있겠느냐”며 “나만의 삶을 흰 구름처럼 유유히 누군가 보일 듯 말 듯 시기하지 않도록 사는 게 내 소망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길가다 걸인에게 던져준 동전처럼 동백꽃 깊숙이 꿀 훔쳐낸 벌처럼 이 한 몸 틈새에 살면서 없는 듯이 그렇게 살고 싶다”고 은둔의 삶을 강조했다.
깊어가는 겨울밤 할머니 / 해수 기침소리 짙어지면 / 가물가물 호롱불 들고 / 솜털 같은 눈 헤치고 / 논시밭 무 구덩이 찾아가 / 유제게(볏짚 한 단의 윗부분을 묶은 덮게) 들추고 왕겨 속 / 더듬어서 노란 이파리 삐쭉삐쭉한 / 무를 꺼내 와 화롯가에 앉아서 / 초승달 같이 닳은 놋쇠 숟가락으로 / 둥근 무를 긁어내 드시면 / 가치 굴처럼 껍데기만 남기신다. / 한 숟갈 주시면 시원한 그 맛 /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이렇듯 그의 시는 우리 농촌의 60~70년대를 떠올릴 만큼 서정적이다. 특히 사투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감칠맛이 나는 시다. 시의 제목에서 보듯이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 자연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조 시인은 “네 번째 책은 시조집으로 올 연말쯤 출간될 예정이다.”며 “농사짓는 농사꾼으로 조용하고 누구의 눈에도 뜨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게 개인의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조 시인은 옴천에서 살고 있으며 월간 <문예사조> 시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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