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슬바람 불어오네.
김남현
코스모스 꽃잎 어지럽게 흩날리면서
소슬(簫瑟)바람* 가락처럼 불어와
오곡백과 익어가고 열매 후드득 떨어지네.
홀연히 숲 깊은 가을 산에 올라
계곡 수에 귀를 모아 유심히 듣나니
그 소리는 세월이 지나가는 소리네.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세월을 그저 보냈거니
해놓은 일도 없이 쌓여가는 연륜이 부끄럽구나.
귀가 예민해지는 명상의 계절
관세음(觀世音) 세상소리에 귀를 기울리니
숨길이 맑아지고 명상이 보다 풍요롭다.
바깥소리와 내면의 소리를
하나가 되도록 지극하게 보채니
마침내 막혔던 귀가 활짝 열리는 도다.
아! 가을 소슬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네.
*소슬(簫瑟)바람 –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으스스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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