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나무 일화
옛날 강진읍에서 ‘동구나무에 목이나 매버릴까’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이 말은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동구나무에 목을 매 자살해 버린 한 사람에게서 비롯됐다고 한다.
강진읍에서 사는 한 사람이 춘궁기가 겹치고 먹을 것이 없어서 어느 부자에게 빚을 얻었다. 그런데 빚이라는 게 늘어나기는 쉬워도 줄어들지는 않는 것이라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빚은 고무줄처럼 늘어가기만 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이자조차 갚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갚기로 한 기일이 지났으니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도 밀렸다. 빚쟁이의 독촉과 성화는 높아만 갔다. 하루하루 본전과 이자를 말끔히 갚으려고 온갖 일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몇날며칠을 고민해도 돈을 갚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뒷산 동구나무(정자나무)에 목을 매 죽고 말았다.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거나 살수도 있었지만 신의를 목숨보다 더 중요시 하던 이 사람은 죽음을 선택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강진읍에서는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사람이 적어지고, 빌려주었다 하더라도 독촉을 가능하면 삼갔다고 한다. 그리고 독촉을 심하게 하면 “동구나무에 목이나 맬까”라고 지나가듯이 말하면 빚쟁이도 움찔하며 놀라 한발짝 물러섰다. 이 일화는 강진사람들이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연민하고 사람이 지켜야할 의리와 신의를 얼마나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인 듯하다.
소재지: 강진군 강진읍
출 전: 이영희씨 전승, 강진의 전설(강진문화원,1990)
강진군 마을사(강진군,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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