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사람들은 상술에 능했고 재물의 흐름에 이치가 밝아 부자들이 많이 나오고 큰 장사꾼들이 많이 배출 되었다고 한다. 고려조 이전부터 중국과 왕래가 잦았던 뱃길 때문이기도 하고, 전라 병영성의 활발한 물류이동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재물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부기도 개성부기와 병영부기가 있을 정도로 강진사람들은 이익에 밝고 꾀가 많았다고 한다. 그 예로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에 3대 부자 중 한 사람이 강진사람이었다는데 그 이름은 김충식씨다.
조선시대, 강진에 양(梁)씨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갔다. 과거에 합격했다면 금의환향이라도 했겠지만 낙방하고 말았다. 선비는 살림이 변변치 않아서 많은 노자를 가지고 자기 못했던 탓에 몇 개월간이나 객주 집 신세를 지고 있었다. 과거에 떨어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촌부자 행세를 하면서 숙식비 한푼 내지 않고 대접만 잘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돈이 없다고 한다면 곱게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었다. 고민하던 선비는 끝내 꾀 하나를 내어 객주 주인을 불렀다.
선비는 객주 주인에게 집에서 돈을 보낼 때가 되었는데 연락이 없는 걸로 보아 무슨 변고가 발생한게 분명하다며 같이 내려가자고 말했다. 객주 주인은 난데없이 저 멀리 남쪽 강진까지 내려가야한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지금까지 밀린 숙박비와 여비까지 넉넉하게 줄 것이라는 말에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직 돈도 못받지 못했는데 선비를 그냥 가게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은 물론, 여비를 넉넉하게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어느새 객주 주인은 선비의 감언이설에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그렇게 객주 주인과 선비는 서로 심심하지 않게 말벗을 하며 강진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긴 시간이 흘러 병영을 거쳐 강진읍이 내려다뵈는 까치내 고개에 올라설 때였다. 갑자기 선비가 까치네 고개에 올라서자마자 넓은 탐진만을 내려다보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선비는 저 넓은 탐진만이 집안의 농토였다며 지금 난리가 터져 모두 바다가 되어버렸다며 땅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 객주 주인은 갑작스런 선비의 대성통곡을 바라보며 황당해했다. 설마 이 먼곳까지 와서 시간과 돈만 다 버린게 아닌지 불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선비가 부모와 처자식을 비롯한 집안 사람들이 모두 바다에 떠내려간게 분명한데 살아서 무얼 하냐며 고개 아래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객주 주인은 망연자실해하며 선비가 빠진 탐진만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졸지에 한양에서 머나먼 강진까지와서 돈도 못받고 살인죄까지 뒤집어쓸 상황에 처한 한양 객주는 한탄하며 다시 북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강에 뛰어든 선비는 탐진만을 건너 강가에 도착해 살아날 수 있었다. 선비는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지만, 그 꾀 덕분에 돈과 위신을 지킬 수 있었다.
이후 선비가 누구에게 말했는지는, 이런 일화가 전국에 퍼져나가더니 ‘강진해남 사람들 물 속으로 30리 긴다.’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소재지: 강진군 강진읍
출 전: 전남의 전설(전라남도,1987), 강진의 전설(강진문화원,1990),강진군 마을사(강진군,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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