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수의(壽衣)
남미륵사 법흥 스님
오랜 가뭄 끝의 빗줄기조차
멈춰버린
삼복(三伏)의 오후
당신은 고단했던 삶
국화빛 노오란 수의, 갈피마다
묻어둔 채
곱게 잠들어 가는데
차마 당신 볼 용기가 없어
얼굴을 돌리고 맙니다.
한 순간의 눈길과
단 한 번의 손길로
이승에서의 작별을 완성해야 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듭짓는
수의.
황금빛 윤달 수의를 짓던
그날이 떠올라
눈물짓고 맙니다.
당신의 피를 받아 태어났고
당신의 기도로
죽음에서 벗어났건만
수의 한 벌로‘
이승에서의 도리를 마감해야 하는
자식 된 자의
서글픔에
속울음 삼키며 통곡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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