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여로(旅路)의 여백
김남현
찌르르 풀벌레 합창 소리에
잠 못 이룬 초가을 밤
생각을 뒤척이다
문득 지난날의 비망록을 들춰보니
적잖은 세월 지새우는 동안
파란만장한 무거운 몸으로
어느 날 할 것 없이
지울 수 없는 처절한 삶이었네.
이제와 욕심인들 있으랴
즐거워도 괴로워도 삶의 지게위에
간직 된 마음이 있어
남은여생 시가(詩歌)를 낙으로 삼으니
내가 오늘 세상을 보았을 때
세상은 온통 잿빛 하늘에
청 빛으로 물 드려지고
내가 오늘 푸르른 하늘을 보았을 때
오늘 하루도 숨을 쉬고 있음은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이는 내 인생 여로에
하늘이 점지한 큰 선물이 아닌가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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