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 동백
德山 김영석
한설에 시름 안고 피는 꽃이여
단풍도 잊은 채 늘 푸른
잎새 틈에 피는 꽃이여
눈 보라 속에 피는 꽃
무엇이 더 급해서 일찍 찾아와
하얀 눈밭을 선홍색으로 물 들이는가.
강렬했던 여름의 태양 볕을
잎 파랭이에 저장해 놓았다가
그 열기로 피어 오르는가.
동료 나무들은 메마른 가지에
마지막 잎새마저 저 버리고
후들 후들 떨고 있는 중에.
북풍 한설에도 끄덕하지 않고
요염한 자태는 보기만 해도
생명력이 매섭구나.
가까이 다가와 안아주고 싶지만
너의 냉혈한 인정은
내 가슴이 조여들까봐 바라만 보면서.
머지않아 저 세상으로 봉오리 째
가는 날이 아쉬워
슬픈 사슴처럼 목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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