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67회)
대구면 저두리 하저마을
문영기(86)할아버지
“자신이 하는 대로 돌아오는 것이여”
문영기 할아버지는 부인인 채복심(82)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평생 동안 떠나 본적은 딱 두 번, 징용때와 군대간 때였으니, 평생을 한 곳에서만 살았다.
문할아버지가 17살에 상처를 했던 아버지는 반년도 못되어 새 어머니를 얻었다. 웃 마을에 다리러 왔던 혼자된 작천 아주머니가 새어머니로 들어왔다.
“속없는 양반이 헛돈을 많이 씁디다. 함부로 쓴 게 모든 게 못쓰게 되아버렛재.”
여자 때문에 헛돈을 많이 쓰는 것이 보였던지 문할아버지는 당시 아버지가 살림을 많이 없앴다고 기억을 더듬는다.
“새엄마도 불쌍해, 그래도 우리 서모가 나한테는 잘했어. 뭐라고도 안 허고······.”
당시 저두리 사람들은 칠량 장계리 쪽에 논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먼 거리인 그곳까지 물을 품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포장도 안 된 먼 곳까지 논물을 품으로 다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나보다.
“게다(일본나막신)를 신고 달그닥 거림서 밥 싸가고 장계리로 물을 품으로 다닌디, 힘들어서 아부지한테 못허겄다고 했어. 그것 없다고 밥 못묵고 살것이냐고 팔아불자고 말여.”
문할아버지는 세마지기의 논을 팔아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중선이라고 하는 큰 배가 남포로 다녔다. 새벽에 일어나 장에 가서 갈치나 조기 병어 등을 사다가 강진읍장 칠량장, 대덕장, 관산장, 성전장 등을 다녔다. 시계도 없던 시절이라 닭이 울면 새벽이라 생각하고 일어났다가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며 어이없는 세상을 살았다며 헛기침을 하신다. 목리다리가 놓이기 전이라 노 젓는 배가 목리를 건너는 수단이었다. 말구루마에 싣고 가거나 지게로 지고 장을 다니며 생선을 팔았다.
“말구루마도 짐을 싣고 가면 끌고 걸어가재, 짐실어서 무거운게말여, 관산 넘어갈 때 참말로 힘들어······ 그런세상 살었당게, 그저 먹고나 살었당게 뭐.”
집에서 바로 내다보이는 앞산이 지금은 녹음이 짙지만, 그때는 민둥산이어서 나무를 하러 그 너머까지 다녔다는 문할아버지는 일본사람들이 나무를 하지 못하게 해서 검불만 훑어다가 불을 때고 살았다. 한동안은 푸나무해서 불을 때기도 했으며, 장마 때는 보리대를 홀태로 훑어놓고 보리대만 때기도 했다면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시절이었다고 다시 한숨을 짓는다. 19살에는 강제로 잡혀 평양북도 비료공장을 짓는 건축현장에서 1년간 살다가 왔다는 문할아버지는 당시 일본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을 개 취급했다고 표현했다. 일찌감치 장사에 눈을 떴지만 장사해서 번은 돈은 모두 서모한테 맡기면서 살았다는 문할아버지는 부모한테 맡기고 사는 세상이라 남겨준 것이 없다고 해서 뭐라 할 것이냐고 묻는다.
“서운허도 안해, 그때는 그렇게 산 세상이라·····부모한테 맡김시로 일일이 따질것이요?”
온화한 성품이 엿보이는 문할아버지다. 그래서 평생 서모가 자신의 자식을 따라가지 않고 문할아버지와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할아버지는 자신이 박복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하는 대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서모가 낳은 동생들도 늘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온다며 동생들을 자랑했다.
“요새 사람들은 어디 관광갈 생각이나 허고 만난 것 묵으로 갈 생각만 허고, 맛없는 집은 가도 안허고 헙디다. 요즘 젊은 애기들이 묻기를, 왜 그렇게 살었냐고 헙디다만, 에끼 빌어먹을 사람들, 일자리도 없고 세상에서 뭣을 할라해도 할 것이 없는 세상이여. 하루 일해서 하루묵으먼 다행이고, 쌀 한되 주먼 하루 죙일 일해주고 허던 세상이여·····.”(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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