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미학
박영곤(재경향우, 시인, 문예사조부회장)
나는 지금 잠시의 만남과 잠깐의 이별이
반복되는 변곡점에 서서 영혼을 노래하려 합니다
세상이 허락한 당신과 모든 것은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인연이었기 때문입니다
잠시의 만남으로 시작되어 잠깐의 헤어짐이
반복되다 영원한 이별의 귀로에서
눈물로 회색무덤을 덧칠하고 얼어붙은 산야를
녹이다 가는 우리들 인생이 아닌가요
오늘도 친구와 헤어질 때 뒷모습 사라질 때까지
아쉬워 쳐다봅니다. 혹여 뒤를 돌아보면
안녕이라 말하고 손사래 하려 구요
마지막이 아니길 진정 바라면서요
이제야 비껴가는 구름이 아름답고
산새들 한 곳에서 노래하지 않는 이유와
뭍 별들의 속삭임을 잉태하려고
황혼은 그리도 아름답게 불탔는지를
마음의 만남이 잠시라는 인연으로 말해줍니다
내 것 하나 없는 세상인 줄 모르고
내 것 만들려고 죽자 사자 살았던
어리석은 지난 날을 송두리째 빌려 준
자연이 조용히 웃고 있네요
이민 간 손녀의 고은 미소와 안녕이란 인사가
잠시 잠깐 숨이 차오르는 할매의
저녁노을을 아름답게 물 들여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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