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얼 기자의 민담 다시보기 53

용의 형국과 향촌 그리고 일제의 만행

풍수지리설은 지형이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켜 죽은 사람을 묻거나 집을 짓는 데 알맞은 장소를 찾는 이론이다. 오늘 날에도 풍수지리설을 연관지어 인물 혹은 지역의 흥망성쇠를 논하는 경우가 있다.

강진군 도암면의 향촌에는 이름난 명당자리가 전해져 내려온다. 도암면의 소재지인 향촌은 예부터 강진 지역 내에서도 이름난 명당이었다. 그렇기에 일금당, 이향촌, 삼군자라고 불리었다. 향촌리는 향촌, 장촌 ,옥전 세 개의 자연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민담 저술 자료에 의하면 최초 민담 기록 저자는 향촌이 명당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 막걸리를 들고 노인들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노인들과 술을 주고받으며 여러 이야기에 전설에 대해 전해 들었다.

“옛날 어느 유명한 장수가 말야, 그 석문산에서 긴 창으로 돌을 치니까 그 큰 바위가 그만 굴러서 지금 석문하천으로 떨어졌지 뭔가.”

“그려 그려, 그 바위가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 형상이라는 거여.”

원래 향촌리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용의 몸에 해당된다. 그리고 남쪽의 용머리가 불리는 향두가 있는데, 단어 그대로 용의 머리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용의 머리가 대석문과 소석문의 하천이 만나는 곳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곳이 바로 용의 입 앞 되는 곳으로 노인들이 말한 바위가 여의주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말일시 일제 때 일본 놈들이 우리 나라 명당을 을마나 해꼬지 하지 않았떤가 말여. 거 있짢여 명당에 쇠말뚝을 쳐박는 짓거리들이 우리 향촌에도 있었당께.”

당시 동네 어른들 중 향촌의 용의 형국에 대한 풍수지리설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은 식민지 조선인들의 기를 꺽기 위해 전국 산하의 명혈을 끊고 있었다. 노인들은 일본인들의 이런 행각을 잊지 않았다. 저자는 이어지는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자 계속 질문했다. 그리고 당시 용의 등에 해당하는 향촌 마을 뒤에다 일본의 신사 참배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완전히 끊어 저항을 일소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적 행보였다. 당시 조선인들이 무수히 항의했으나 일본인들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끝내 조선인들에게 향촌 마을 뒤편에 신사를 세우고 말았다. 신사가 세워진 이후 향촌리는 점점 쇠퇴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향촌리 사람들은 이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광복 이후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향촌리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행위는 당연하게도 신사 참배소 철거였다. 많은 사람들이 신사를 철거하기 위해 자원했다.

신사가 사라진 이후 향촌리는 다시 과거의 성세를 되찾게 되었다. 지금의 어르신들이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된 이유도, 그 당시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신사 참배소 때문에 향촌이 멸망할 것이라고 한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의 민족성을 꺽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풍수지리설에 입각하여 산하의 명혈을 끊고 풍수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조선인들의 전통과 반대되는 시설을 세운 것은 집요할 정도로 악질이라는 평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