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다산을 찾아서(2)
정치(政治)의 주체는 ‘민’(民)
정치(政治)의 주체를 민(民)에 놓고 그 현실 개혁의 방안을 민(民)의 주체적 입장에서 마련하고자 한 것은 다산의 방대한 저술(著述)가운데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룬다. 그 같은 다산의 사고(思考)를 뚜렷이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로 그의 토지 개혁론(土地改革論)과 목민관(牧民觀)을 들 수 있다.
참으로 내가 여전제(閭田制)를 창안(創案)한 것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도대체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선비는 어째서 손발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남의 토지를 삼키고 남의 노력으로 먹고 사는가? 선비들이 놀고 먹기 때문에 토지의 이용성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다.
-『전론』(田論)
다산이 해결하고자 한 문제는 착취에 기초하여 생활하는 양반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빈부의 차이, 신분적 차별은 기본적으로 주된 생산수단인 토지에 그 근본 원인이 있으므로, 소수의 문벌귀족에 의해 토지 소유가 집중됨으로써 대부분의 농민들은 영세한 자작농이나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다산에 따르면 국내의 전지(田地)는 약 80만 결
(結)이고 인구는 약 800만 명인데, 매호당 1결식의 전지를 가져야 재산이 균등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부자와 귀족들은 100결 이상씩을 소유하고 있으니, 아는 990명의 생명(生命)을 죽여 1호를 살찌게 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 같은 토지 소유의 모순(矛盾)을 없애기 위해 그는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여 공동으로 경작하고 공동으로 소유하며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종의 집단적 협동농장의 형태를 제안하였다. 즉 30호 내외를 1여(閭)로 조직하여 공동 경작과 공동 관리를 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토지 소유를 배제하고 지주(地主)를 비롯한 놀고먹는 자들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이러한 구상은 당시의 상황에서 실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농민의 생산물에 기생하여 부(富)와 권력(權力)의 향유를 가능케 했던 사적 토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함으로써 종국에는 지주·전호제를 청산할 것을 목적으로 하였던 점에서 다산의 현실 개혁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지방 수령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
지방 수령은 민(民)을 위해 존재하는가? 민(民)은 지방 수령을 위해 살아가는가? 민(民)은 곡식과 의복을 내어 지방 수령을 섬기며, 민(民)은 수레와 하인을 내어 지방 수령을 맞이하고 보내며, 민(民)은 고혈(膏血 : 사람의 ‘기름과 피’)을 짜 내어 지방 수령을 살찌게 하니, 민(民)은 지방 수령을 위해 살아가는가? 말하기를 ‘아니다. 지방 수령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
-『원목』(原牧)
지방 수령을 민(民)을 위해 존재하느냐, 민(民)이 지방 수령을 위해 살아가느냐? 이것이 이 글의 대명제이다. 현상적으로 볼 때 민(民)은 통치자를 위해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民)이 통치자를 위해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民)이 통치자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이 과연 합리적인가? 이것이 이 글이 제기하는 문제 의식인 것이다.
“통치자는 민(民)을 위해 존재하는 것”
이에 대해 다산은 통치자가 민(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단언을 내린다. 전제 군주 아래서 민(民)이 오직 통치자를 위해 존재하는 모순(矛盾)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통치자가 민(民)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지방 수령은 민(民)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서 선출(選出)
, 추대(推戴)되었으므로 민(民)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다산이 내린 결론이다. 오랜 옛날에 민(民)은 상호간의 합의에 따라 이정(里正)을 선출하고, 이정에 의해 당정(黨正)을 뽑고 다시 주장(州長), 국군(國君), 방백(方伯), 황왕(皇王)의 순으로 위정자(爲政者)를 선출하였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그 반대로 아랫사람의 것을 깍아 내어 윗사람에게 붙여 주는 전도(顚倒)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였다. 이같은 인식 속에서 우리는 민주적인 정치의식(政治意識)이 싹트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요컨대 다산은 민(民)을 통치의 주체로 파악하고 정치(政治)의 통치 구조도 민(民)에 기반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더 나아가 민(民)에게 그들의 지배자 혹은 지도자(指導者)를 선택(選擇)할 권리(權利)가 있음을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송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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