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47회)
도암면 지석리 회룡마을
조미경(39)이장
딸처럼 며느리처럼 ···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어요
도암면 지석리는 군 소재지에서 서남쪽으로 약 13km, 면 소재지에서 서북쪽으로 약 5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석.동령.회룡 3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잇다. 강진-해남 간 18번 국도에서 지석-산정간 군도 5호선을 따라 가다보면 먼저 지석마을과 동령마을이 나오고 다음이 회룡마을이다. 마을 동쪽으로 덕서리, 서쪽으로 강정리 덕정동, 남쪽으로 지석마을, 북쪽으로 덕년리와 접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산들이 겨울의 북서풍을 말아주어 아늑한 마을이다. 남서쪽은 평야로 확 트여서 여름철이면 시원한 남풍이 불어온다. 교통이 다소 불편한 점은 군내버스가 면 소재지를 경유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업무를 보는데 애로점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회룡마을에 있는 오래된 공동 우물샘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흘러나오며 식수로도 사용된다. 망골샘이라고 부르는 이 샘터에는 아직도 빨래방망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조미경이장은 회룡마을에서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서울이 고향인 조이장은 10년 전 이 마을이 고향인 남편 김동민(39)씨와 결혼하여 현재 2남(도현9 보현8)을 둔 농부의 아내이다. 이 마을로 먼저 시집온 언니의 소개로 만난 남편은 부지런하고 자상하다. 그래서 남들이 꺼리는 농촌생활이지만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고령화된 농촌마을에서 어르신들에게 공손하고 낫낫한 새댁은 금방 인정을 받을 성 싶다.
시골이지만 여자에게, 그것도 젊은 여자에게 이장 일을 맡기는 일은 아직도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회룡마을은 큰마을과 작은 마을로 분리되어 있다. 명칭과는 달리 작은마을의 인구가 6정도이고 큰마을의 인구가 4정도이다. 전체인구가 70여명정도이지만 다른 마을에 비해 젊은층이 많은 마을이다. 30~40대가 8가호가 살고 있다. 주소득이 논농사와 밭농사 위주이며 특별한 작물이 없는 마을인데도 젊은층이 많은 이유는 밝은 미래가 있기 때문일까. 지석리 입구에 있는 지석교회는 시골교회치고는 참 큰 교회이다. 1962년 설립된 지석교회에는 좋은 시설을 갖춘 병설유치원이 있어 마을의 젊은층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회룡마을은 곳곳에 젊은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나는 부지런하고 역동적인 모습이 보이는 깨끗한 마을이다. 조이장 또한 매우 살갑고 밝은 표정이다. 군에서도 여자이장이 있는 마을에는 첫 회 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해준다.
회룡마을도 그 지원금으로 작은마을에 없는 노인들의 놀이 장소를 마련했다. 콘테이너로 마련한 노인정이지만 큰마을에 있는 노인당까지 작은마을의 어르신들이 가기에는 거리가 있어서 따로 마련한 것이다. 물론 그 비용으로는 다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을의 젊은 사람들의 노력봉사와 부족한 부분의 자금을 마련해서 한 일이었다. 조미경 이장은 “젊으니까 마을을 위해 봉사해보라고 여러분들이 권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고령이신분들이 많으니까 복지 쪽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돕는 편입니다.”라며 “이곳에 와서 살면서 보니까 아직도 농로포장 등이 참 미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년에 기계화단지를 만들 계획이 되어 있으니 다행이지요.”라며 농촌생활이 기계화되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교육문제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학교수업과 학교 방과후 교육 이외에는 보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도 시골정서가 여자이장을 달갑게 보는 정서는 아니에요. 하지만 젊은 여자이장이어서 딸처럼 며느리처럼 쉽게 부탁도 하시는 것을 느껴요. 어르신들은 말 한마디나 손 한번만 잡아줘도 그 몇 배로 보답해주시는 인정이 있어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마을일을 맡았으니 열심히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그러한 일환으로 건강교실을 마련했다. 조이장은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문해교사’로도 활동하면서 기자가 찾아간 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20여분의 어르신들에게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는 1회용 침과 뜸을 나누어주고 쉽게 설명도 해주는 건강교실을 실시했다고 했다. 젊은 여성이장의 밝은 얼굴에서 회룡마을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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