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매입 의혹제기에 강진군 손해 누가 보상하나

사설

강진군이 청자를 통해 미래와 희망을 건지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해 온 나머지 그 위상과 명성은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미국, 유럽전시회 역시 강진청자를 세계적 유산임을 증명하고자 했던 일이고, 해마다 치러지는 청자축제와 앞으로 유치할 청자엑스포도 강진 발전을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 5일 한나라당 성윤환의원의 고려청자 매입에 따른 의혹제기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강진군은 곤혹스러워하고 있고, 군민들은 “공무원들이 사기극에 휘말려들었다”며 턱없는 입방아를 찧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강진군은 비싼 가격으로 고려청자를 샀다는 성 의원 주장에 그동안 강진청자를 위해 쌓아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성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 “2007년 10억에 구입한 ‘청자상감모란문과형 주자”의 시세는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8- 9천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강진군은 황당하다 못해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 의원이 그렇게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고미술협회의 평가 때문이다. 고미술협회 회장은 협회의 모든 회원이 평가를 했다는 것으로 직인만 있을 뿐 평가자의 성명도 사인도 없는 평가서를 내놓았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처사인가. 무엇보다도 고미술협회는 청자에 대한 합법적인 평가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자를 감정할 수 있는 전문성이 결여된 이익추구 단체일 뿐이다. 그런 단체로부터 감정평가서를 받아놓고 강진군을 압박했다면 과연 정당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상금 일천만원 밖에 되지 않은 영랑시문학상 심사인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내놓으란 시인, 평론가들의 성명과 사인이 있는 반면, 10억 짜리 청자를 감정평가하면서 누가 했는지조차 그 이름과 사인이 없다면 그 감정평가서를 누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고미술협회장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 요청조차 전화는 물론 면담까지 거절한 상태이고 보면 오히려 그 쪽에 대한 의혹이 짙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참으로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고미술협회에서 사진만 가지고 감정평가를 했다는 점이다. 세상천지에 10억 짜리 물건을 사진만 보고 8-9천만원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경우도 있을까. 성 의원 보좌관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어서”그랬다고 변명하지만 변명치고는 상식을 초월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사진만 보고 감정평가를 내린 경우는 아직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학계에서 납득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해프닝으로 인해 강진청자 위상이 추락된 것은 물론 강진군의 이미지에 먹칠한 손해를 누가 보상할 것인가이다. 금액으로는 도저히 환산할 수 없는 강진청자의 날개 없는 추락은 면책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깜짝 발언으로 인해 강진군민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점이다. 강진군은 이러한 점에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로 한 점 의혹까지 털고자 감정평가를 내린 최 모 박물관장과 함께 참여한 인사, 그리고 소장자, 고미술협회회장 등 8명을 13일 장흥지청에 고소한 상태다.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터이지만 먼저 잘못된 고미술협회의 감정평가에 대한 사과가 우선되어야 강진군과 강진청자의 위상 추락을 최소한 막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