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별들을 호린다고 저 달을 참수하면
김해인 시집
조선왕조 오백 년의 인물들 중 일부를
우주와 자연현상에 빗대어
보았다
헛다리짚지는
않았는지
서로의 이름을 더럽히지는
않았는지
죽은 자의 이름에 올바른 값을
매겼는지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9월에 펴낸 <별들을 호린다고 저 달을 참수하면> 시집에서 김해인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시인의 말대로 제1부에서는 해돋이를 빗대어 <조선>을 말하고, 해를 빗대어 <태조 이성계>를 노래한다. 이렇듯 해, 소용돌이, 바다, 강호, 산, 바람, 별똥별, 진눈깨비 등 자연과 우주를 빗대어 조선 왕조의 인물들을 그린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물에 비유하며 이렇게 그려나간다.
1 順理순리를 어긴 적이 한 번이나 있었던가
둠벙에 갇히면은 연꽃으로 피어나지
내 몸은
썩을지라도
무언가를 뱉어낼 걸
2 아무리 갇히어도
내 마음은 아지랑이
저 하늘 떠다니는
구름이 아니겠나
아무리
붙들어 매도
경학經學의 길 못 막잖아
김해인 시인은 정도전, 세종, 신숙주, 남이, 연산군, 조광조, 선조, 율곡 이이, 이순신, 광해군, 윤선도, 추사 김정희, 이제마, 전봉준 등 조선시대의 걸출한 인물들을 그려나갔다.
충무공 이순신은 바다에 빗대었는데, 몇 구절 안 되는 언어로써 훌륭히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구절인 <칼 앞에/ 맹세하노니/ 자나 깨나 사생결단死生決斷>이란 함축된 언어는 한마디로 이순신의 인물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조선시대의 인물을 그리되 그 인물마다 하나의 역사관을 가지고 노래하는 시인의 깊은 혜심이 놀랍기만 하다.
고요아침· 값은 8,000원 송하훈 기자
이 뉴스클리핑은 http://goeul.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