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지키기 위해 기득권 버린 황주홍 군수

사설

황주홍 군수가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예비후보로 나섰다면 군민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왔을까.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루기 위해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평소 자신이 해 온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 텃밭인 광주· 전남에서 유일하게 황 군수만이 무소속 출마를 한 상태이다. 민주당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다는 게 황 군수의 변이다. 비록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에 앞장섰지만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자 홀로 어려운 길을 자처해서무소속 출마 선언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신을 기득권과 바꾼 셈이어서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나름대로 고뇌와 불안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러나 대외명분으로 볼 때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의 말대로 전국 시장· 군수들과 함께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해 싸웠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자치민주주의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그런 황 군수가 달가울 리 없다. 2월 19일자 민주당 강진군연락소에서 낸 보도자료만 보아도 얼마나 매섭게 공격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물론 민주당에서도 군수 후보를 낼 것이기 때문에 군수 선거를 앞 둔 선제공격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황 군수가 어떤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무소속이라는 점이 더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황 군수 쪽에서도 민주당 공격성 보도자료에 대해 해명자료를 낸 것으로 보아 티격태격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선거전에 있어 상대방 후보끼리의 싸움은 흔히 있는 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제 군민들의 수준은 달라졌다.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의지가 있는 후보를 더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에서 승리하려면 싸움보다도 정책을 더 우선시해야 표를 얻을 수 있고 군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당이 될 수 있다. 황 군수도 맞받아치는 해명자료보다도 큰 틀에서 행보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한다면 오히려 군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지방선거 100여 일을 앞두고 강진군수 선거에 재출마하는 황 군수는 민주당을 떠났다. 탈당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민주당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독자행보를 시작한 황 군수는 이것으로 정치적 생명을 건 셈이 되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의지가 정치적 자산으로써 그가 꿈꾸는 도지사의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 지는 이번 선거에서 판가름 될 것 같다. 평소의 소신과 철학을 위해 행동으로 옮긴 황 군수는 누가보아도 안정된 기득권을 버리고 소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군수는 본인의 말대로 지난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왔다고 자평하면서 군민의 3선 고지에 대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대한 군민의 평가는 6· 2 선거에서 그 답이 내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