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기념사업회 백익장 심사소감> 대상선정이유서

송수권

영랑의 시 정신을 기리고 업적을 찬양하는 제5회 영랑문학제 백일장은 초,중,고,대, 일반 6백여 명이 참가하여 양이나 질적으로도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잔치를 이루었다. 이번 대상으로 선정된 박소현의 작품 [모란](전주근영여고3년)은 그 구성과 완결성은 물론 밀도 있는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모란]은 할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난 보자기로 비유해서 오이짠지나 된장 같은 찬반들이 혀끝을 감싸서 물들이고 시큼하게 자극하는 미각과 촉각이미지로까지 형상한다. 그래서 ‘모란의 생이 시큼하다’거나 ‘저기/ 붉은 할머니 자궁이 저문다.’ 라고 근육이미지로 교차되면서 그 상상력은 당돌한 이미지로 돌출된다. 이런 표현 기법은 보통의 솜씨가 아님을 실감하게 하여 대상으로 쉽게 선정하였음을 밝혀둔다. 더욱 갈고 연마하여 한 시인으로 성장할 것을 바란다.

2010년 4월 24일 심사위원/송수권, 김종, 김신문, 신병은, 김선태

대상작품

<운문> 모란

전주근영여고 3학년 박소현

할머니 흰 보자기 쌈쌈이 김칫물이 붉혔다.

겹겹이 싸매고 숨은 보자기 속내

안팎으로 수 놓인 모란 꽃물이 들었나

그 속으로 한가득 매인 암술 수술

된장 같은 찬반들이 노란 혀를 내민다

한때는 자그만 한 채 보자기였을 것,

밑입부터 푸르게 올라왔을 봉오리를 생각한다

홀로 지어간 생이 부풀어오를수록

파릇한 잎새 손등들 사이로

붉게 구부러들었을 저 모란 꽃잎

혀끝으로 누런 오이 짠지가 말려든다

짜게 퍼지는 이 짠지의 맛은

보자기 누렇게 매인 속내를 닮은 것인지,

모란의 생이 시큼하다

이 보자기 속이 배 앓아 틔운 가계에

무른 살갖처럼 벌어진 모란.

이제는 제 주둥이를 꽉 조일 힘도 없는지

실바람에 묵직한 살을 풀어내린다

저기,

붉은 할머니 자궁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