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날을 맞아

인생의 향기를 맡을 나이

이명철(강진경찰서 경비작전계)

나이 마흔 넷, 향긋한 봄내음처럼 인생의 향기가 풀풀 나야하는 나이라고 해야할까?

내 인생에서 지금껏 가장 영향을 미치는 때가 해병대 시절이다. 해병대의 일사불란 정신은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여지없이 드러났다. 주민들과의 민원에서도 그렇고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관계에서도 불쑥 나타났다. 생각해보면 철부지 시절 천방지축 사고방식으로 늘 어디론가 마구 달려가고 싶어 안달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한 사고가 해병대를 다녀온 뒤 조금은 달라졌다. 유난히 시골 막걸리를 즐겨 마시며 마치 세상을 통달한 사람처럼 텁텁하던 내 모습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저절로 달라져갔다. 그래서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었다. 특히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자부심은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한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다. 요즘 사방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과 향기처럼 내 마음에 가득 담아두었던 은은한 향을 이제는 조금씩 보여주어야 할 때, 그 나이를 넘기고 있다. 가족이 봄 햇살과, 봄꽃 봄향기처럼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이다. 여기저기 새 생명이 움트는 화창한 봄처럼 숨겨두었던 인생의 향기를 고백하고 싶어지는 계절. 차가운 곳에서 웅크리고 꽁꽁 숨어 있던 마음의 향기를 이제는 슬슬 풀어보고 싶어진다. 서로가 날마다 미소를 짓지만, 그 미소의 소중함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날을 이 봄에 반성해본다. 보드라운 명주바람 따라 가슴 속 깊이에 자리하고 있던 설렘을 우리 가정에 풀어보는 게임을 해볼까 싶다. 첫째 딸 승빈이의 귀여운 모습 속에서 봄의 향기가 묻혀있고, 당신과의 만남이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고 고집 부리며 가슴 설레어보고 싶다. 봄바람이 내 가슴에 살며시 닿을 때 가벼운 몸짓으로 있지도 않은 날개를 파드득 파드득 거리며 당신 앞에 뽐내고 싶어진다. 나의 사람아 당신이 내겐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아름다운 봄이 향연에 빠져서 허우적 거려보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오. 언젠가 당신이 좋아하는 장미 넝쿨이 화사하게 넘치는 아담한 정원에서 승빈, 승현, 승우와 건강한 모습으로 남에게 배려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늘 나의 부족한 많은 것을 채워주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했음을 살짝 봄내음에 고백해 본다. 家和萬事成. 가정이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마흔 넷의 인생을 견고하게 만들고 싶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