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이장님(65)
신전면 백화마을 김길부(68)이장
온화한 백화마을... 부부 ‘백련해로’도 많지요
백화마을은 지형이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는 형국이며, 동백꽃이 많아 백화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구전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왜병이 마을 해협을 따라 진격할 때 동백 숲이 장애물이 된다하여 모두 배어 버렸으며 이후 이곳을 백화라 했다고 전한다. 신전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3km 지점이고 동쪽으로는 신정마을 서쪽으로는 어관마을이 있다. 지방도 813호선을 따라가면 어관마을 새 골 앞에서 동남방향으로 있는 진입로에서 1km를 내려가면 백화마을이다. 예부터 물이 풍부하고 농토가 비옥하여 부촌(富村)이었으며 교육이 발달했다. 약 300년 역사를 가진 서당 ‘백화제’가 있어 문인이 많이 배출되었고 개화기 이후에는 신학문에 힘써 교육자·서예가 국가 공직자 등 다양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
백화마을 김길부 이장은 3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김 이장은 해방 후 3살 되던 해에 부모를 따라 백화마을에서 줄곧 살아왔고, 부인 김영남(67)씨와 농업을 하여 3남 1녀를 키워 출가시켰다. “옛날에는 큰 마을이었어요. 신정마을과 한 마을이었는데, 20여 년 전에 분구 되었죠. 그러나 이제 마을 인구가 줄어들어 합쳐야 할 것 같네요.” 김 이장은 백화마을 분위기만큼이나 조용조용하다. 주 농업이 벼농사와 고추농사인 백화마을은 예전에는 고구마와 고추의 주산지로 서울 및 도시의 각 부녀회에서 공동으로 구매해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고령화되면서 밭농사 면적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도강김씨 자자일촌인 백화마을은 현재도 도강김씨가 많으며 5가호 정도가 타성이다. 현재 28가호에 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이장님 아래 나이로는 4명 정도 뿐이고 거의가 70세 이상 어르신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토가 많지는 않지만 75세 까지도 농사에 전념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축산업으로 소를 키우는 집이 3가호가 있다. 김 이장은 35마지기의 벼농사와 소 6마리와 고추농사를 짓고 있다. 김 이장의 우사에는 최근에 태어난 송아지 두 마리가 각기 어미 소 곁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산골마을 평화스러운 풍경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김 이장은 “사료 값이 비싸서 소를 키워도 큰 이문은 없지만, 어미 소가 새끼소를 낳아주어서 그나마 보람은 있다.”며 귀여운 새끼소를 보며 연신 미소를 짓는다. 또 “벼농사 또한 별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마을의 젊은 사람이 150마지기정도의 농사를 짓지만, 한마지기에 넉 섬이 떨어지는데, 석 섬이 농 비로 나가고 한 섬 정도가 수익이 된다.”며 쌀값이 작년에 폭락하여서 올 해 농사를 짓고 있어도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농협 창고에 쌀이 쌓여 있는 것이 농민들에게 그대로 피해가 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60대 초반에 뇌졸중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김 이장은 힘든 일은 하지 못하지만, 삶을 다시 얻은 마음으로 마을 주민들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라면서 주민들과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장은 선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크든 작든 선거를 하고나면 나중 후유증이 심하죠. 우리 마을도 예전에는 선거를 한 적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선거 없이 추대로 하고 있어요. 서로 조심하고 아끼면 좋은 말이 오가지요. 주민들 의견 들을 것을 들어주고, 듣다가도 아닌 것은 알아듣게 이야기를 잘 해주어야죠. 절대 잘난 척 해선 안 돼요.”라며 지방선거에서 뽑힌 사람들이 군민들과 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견해도 표명했다.
백화마을은 출향인들이 마을에 간간히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중 재경 향우 중 김규영(72·주유소운영)씨나 김숙(변호사)씨 등은 마을에 1년에 한두 차례 씩 50~100만 원 가량의 희사금을 주어 마을 잔치를 열어주고 남은 돈은 기금으로 조성한다. 백화마을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구조의 형태마을로 유교 예법에 충실한 마을이다. 예로부터 주민들의 성품이 온화한 이유일까. 백화마을은 신전면에서 부부간에 함께 오래 사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마을이다. 지금은 젊은 사람이 부족하여 마을 행사에도 애로점이 따르지만, 해마다 복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건강을 챙기며 함께 복달음을 해오고 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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