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백가(百家)를 찾아서 2)

변화무쌍한 자연 풍광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집

365일 24시간 시간대로 풍광이 달라져

방 안에 앉아있으면 손에 닿을 듯 미항 마량항과 까막섬과 노루목과 복섬이 내려다보이고

맑은 날엔 두륜산이 바라다 보이는 곳. 그 뿐인가. 안산격인 고금도가 물결치듯 눈앞에 펼쳐진 북산 아래 언덕 위의 집. 더구나 북산이 바로 5분 거리에 있는데다 노송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 주인의 말대로 ‘내 정원’이나 진배없는데, 그 숲 위로 뜨는 보름달까지 즐길 수 있다는 집이다. 그 아름다운 마량항을 가사 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날마다 볼 수 있는 특권은 말할 것도 없고.

마량면 마량리 884에 자리 잡은 김봉권(64)씨의 집은 마량의 주산이자 뒷산도 되는 북산의 중턱에 있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있는 그 집 주인은 곡성이 고향이면서도 바다가 있는 강진이 좋아 99년도에 집을 마련했다. 원래는 캡슐하우스였는데, 집 뒤로 또 한 칸의 집을 지었다.

“이 집에 앉아 있으면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기분입니다. 한 번 앉아서 저 바깥을 보세요. 특히 비바람 치는 날은 더욱 배 타는 느낌이 든다니까요.”

대형 유리창이 둥글게 붙어있는 거실은 집주인의 말대로 하나의 작은 배처럼 느껴진다. 비구름이 지나가면서 굵은 빗줄기가 유리창을 후려칠 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저 아래로 펼쳐진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란!

“마량항은 수평선이 없어 단조롭지 않고, 내려다보이는 섬들과 바다와 포구가 하나의 그림입니다”

김봉권씨는 집 뒤로 또다시 집터를 닦아놓았다. 북산 바투 아래여서 마량에서는 가장 높은 집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은 광주에서 일 주일에 두어 차례 내려오지만 집이 지어지면 아예 여기에서 살 생각입니다. 우리 집 옆으로 크게 집터를 닦아놓은 사람도 목포사람인데 아주 살려고 이사를 온답디다.”

강진은 이렇듯 산(山)과 수(水)가 빼어나다보니 스스로 찾아들어 둥지를 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