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백가(百家)를 찾아서(9)

돌집은 어떤 집보다도 개성 있는 조형물

신전면 용화리 용정 박병석(54)씨 집

돌집은 특이하기도 하지만 거대한 조형물을 연상케 하는 것이어서 누구나 한 번씩 짓고 싶은 집이다. 빨간 벽돌을 이용하거나 시멘트를 이용해 짓는 집 보다는 자연석으로 짓는다는 점에 호감을 느끼게 한다.

돌담을 쌓을 때 돌과 흙을 한데 엉겨서 진행시키는데, 우리 선대인들은 돌담 형식으로 즐겨 집을 지었다. 친자연적이기도 하지만 재료비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병석씨의 돌집은 단단한 돌멩이를 시멘트벽에 쌓아올리는 것으로 지었다. 단순히 자잘한 돌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한 덩이 두 덩이 쌓아올렸기 때문에 정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경기도지방의 강변 돌집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박병석씨는 20대부터 돌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후 잡지 등에서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귀향한 후 골재회사에서 강돌을 사다 모으기 시작했다. 충주, 장수군까지 가서 강돌을 구했다. 92년에 귀향을 했고 완성하기까지는 5년 정도가 소요되는 바람에 98년에 본채가 지어졌다,

“일반돌은 이물질이 침투하면 색깔이 변하지만 시냇가돌은 본래의 색깔을 지닌다” 그는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강도가 단단한 강돌을 고집했다. “돌을 쌓아올릴 때 시멘트가 500포대는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모래 두 세 포대에 시멘트 한 포를 섞어야 돌을 잡아줄 수 있다”며 자신만의 비법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600평의 집터에 본채가 35평이다. 정각, 찜질방, 바깥화장실 등도 돌로 지었고, 심지어는 개집까지 돌로 지었다. 봄에는 개나리가 담장 위에 피어 화사한 느낌으로 주고, 너른 잔디밭이 있어 넉넉함을 주는 우리시대의 보기 드문 돌집이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