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칼럼30
인생을 소중하게 살아야하는 이유
이형문(수필가·영랑기념사업회자문위원)
나의 육신은 하느님의 섭리로 어머님의 몸을 빌어 이슬 한 방울의 끈끈한 인연으로 이 세상에 왔습니다. 인생길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한없이 즐거운 일입니다. 만일, 흉칙스런 지네, 뱀이나 네발달린 짐승인 소나 말, 개나 돼지 날 짐승으로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큰 축복(祝福)받을 일입니다. 더구나 아프리카 검둥이로나 북한 땅에 태어나지 않고, 이 지구 속에서도 사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한없는 하느님의 은혜요, 조상님들께 감사드릴 일입니다. 한 세상을 사는 동안 어떤 이는 이승에 잠시 왔다가 꽃다운 나이로 이슬처럼 사라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백년회로하며 생을 맘껏 즐기고 이름을 남기다 가는 그런 사람도 있으나 결국은 때가되면, 풀잎에 이슬처럼 누구나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내 일생을 살아 갈 기회란 단 한번 뿐이기에 잘 살아 가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난 이 늙으막에 늦깍이로 이제 겨우 좀 철이 드는 느낌입니다. 언젠가 충남 미스 진이었던 인기 탈랜트 여배우"장진영"이 말기암으로 37세의 꽃다운 나이에 이승을 훌훌 털고, 먼 곳으로 떠나는 아쉬운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누구나 사는 한 생애(生涯)동안 자신의 그림자를 거닐고, 휘적휘적 지평선을 향해 가다가 어느 날 기약 없이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기에 고독한 존재라고들 표현합니다. 부귀영화 귀천은 인연 따라 타고 난다고들 하지만, 사는 동안 자신을 녹슬지 않게 삶의 몫을 그릇만큼 욕심 없이 채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에 사는 어떤 부호가 호화 욧트를 타고가다 기관 고장으로 표류돼 난파직전 구출을 바라는 SOS를 보내며 상대에게 교신하기를 "나는 은행장이다"라고만 되풀이하다 교신이 끊겨 위치를 몰라 찾지 못해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무슨 은행장이 필요합니까? 이분의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교만은 자신이 결단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치 못한 때문입니다. 그 결단은 혼자 하는 것이기에 살아온 숙명으로 다져지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 했고,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 누구나 자신이 착한 척 해봐도 결국은 죄인이기 때문에 죄지은 죄인임을 시인하는데 있다"라고 했습니다. 교만에서 벗어나려면, 상대에게 언제나 자신을 낮추는 마음으로 가슴을 열어야 합니다. 겸손하면 교만이 없어지고, 온유해 집니다. 살아가며 참 그러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사람은 얼굴빛이 맑고, 평화로우며 따듯합니다. 일기일회(一期一繪)란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좋은 때를 놓치지 말라는 뜻도 됩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질 않습니다. 젊을 땐 사는 게 무척 긴 것으로 생각되나 차츰 나이가 먹어 갈수록 살아온 젊은 날이 얼마나 짧았던가를 깨닫게 됩니다. 젊음 또한 두 번 다시 오질 않고, 세월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인생에는 육체적인 삶과 사회적 명예와 성공을 추구하는 삶, 그리고 의식을 성장시켜 영혼(靈魂)의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신성(神性)과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다만, 대 우주 저 하늘처럼 과연 내가 나 자신답게 살아왔는가? 내 자신은 과연 누구인가? 라고 뉘우쳐볼 때 내 곁에 따뜻한 이들에게 가슴을 열고, 사랑을 나누며 내 삶이 녹슬고, 망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작으나마 만족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으로 마음을 비우고 사는 내 자신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 해 볼 뿐입니다. 시작이 있어 마지막이 있듯 한해 가고 오는 것 또한 같습니다. 이 해 신묘년 새 장을 열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을 다짐하게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살아가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자고이래(自古以來)로 벌어놓은 재물을 저승까지 못 가지고 가도록 하느님이 못을 처 놨습니다. 또한 사는 것이 삼계(三界)를 윤회(輪廻)하며 돌고 도는 고통의 바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며 애착을 버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이 세상을 떠날 땐 남는 것은 오직 우리의 영(靈)적인 성적표뿐입니다. 삶의 가치는 나 자신이 최선을 다 하는 속에 그냥 열심히 사는 것이며, 노력함 속에 삶의 진리(眞理)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명은 재천이듯 죽고 사는 것 또한 하느님께 맞겨야 합니다. 내가 처한 삶의 의미를 깊이 생각 해 보며 이 순간 순간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이라도 도덕적이고, 깨끗했다는 아름다운 남김의 모습인 인생이 되고, 양심에 충실하도록 하는 삶이어야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목표하는 인생을 소중히 살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goeul.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