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구제역 대재앙, 민심에 끼칠 영향은?
이은영(아이앤리서치컨설팅 대표)
구제역과 조류독감 확산이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을 달구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경남, 호남, 제주를 제외한 전국 3천573개 농가, 141만여 마리가 ‘살처분’된 상황이다.
더구나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전남지역에서 조류독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닭과 오리에 대한 살처분 규모가 270만여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다발성 바이러스 쓰나미’로 전국이 초토화되자 대통령 주재 긴급 대책회의가 지난 12일 개최되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야3당과 청와대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단 느낌이다. 이미 구제역과 관련해 정부의 초동 대응과 방역관리 실패에 대한 질타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어쩌다 일이 여기까지 온 것일까. 이번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26일 경북 안동에서 최초 발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11월 23일 터진 연평도 포격전으로 전국이 뒤숭숭했기 때문에 이어서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경계가 허술하게 무너졌다는 변명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는 ‘종합적인 국정 컨트롤 능력 부재’란 ‘자기고백’밖에 되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전 이후 냉온탕을 오락가락한 정부의 대응 태도로 인해 구제역은 이른바 언론의 관심 순위에서 밀려나 버렸다. 그리고 국회 예산안 강행처리 처리 파문,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가격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동물’ 이야기 구제역은 상황일지 식의 스트레이트성 기사로만 처리되었고, 우리 사회의 관심사 한 구석에 희미하게 자리했었다.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이 사회 전반에 대한 ‘촉’을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재앙적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케이스가 바로 이번 구제역 사태다.
그렇다면 2011년 새해 벽두 소, 돼지, 닭, 오리 도합 411만 마리가 생매장 당하는 이 악몽과 같은 사건은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구제역 사태의 성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나와 관련성이 있는 일일까? 그다지 관련성이 없는 일일까? 구제역은 경제적 사안일까? 비경제적 사안일까? 정서적 자극이 강한 사건인가? 그렇지 않은 사건인가?
필자의 견해는 구제역은 나와 관련이 있는 사안이며 경제적이면서 또 정서적 자극이 강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살처분이 있었던 지역의 경제는 매출 감소, 행사 취소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구제역 피해 보상과 방역에 투입된 예산만 해도 1조3천억 원 가량이라고 한다. 그나마 앞으로도 피해가 확산된다면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끝으로 구제역은 우리 농가가 처한 처연한 상황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말 못하는 짐승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2011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한 대통령 신년 특별연설 내용을 보면 다시 한 번 답답함이 밀려온다.
대통령이 5% 고성장과 세계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올해는 원 없이 많은 일을 하자고 푸른 청사진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구제역’이란 비위 상하는 단어를 꺼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민심은 이미 ‘정부 초동 대응 실패’란 구정물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자칫하면 구제역의 여파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임기 4년차에 ‘레임덕’이란 구정물이 튈 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 이은영은 여론조사전문가로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실과 GH코리아 등에서 여론조사와 정치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앞으로 본지 특별기고를 통해 시사문제를 날카롭게 해부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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