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포기의 풀잎으로 태어난다 해도
정 관 웅
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의 시간은 사랑의 보따리로 가득하다. 그곳은 수많은 차량으로 길을 가득 채우고 바리바리 들고 간 귀로의 과정이 줄지어 이어간다. 그 많은 시간을 기다림으로 가도, 그래도 즐겁고 마냥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고향으로 가는 행복한 동행이라서 그렇다. 삐죽이 머리를 내민 연둣빛 새싹에게도 그리움이 가득하듯 동행으로 가는 길은 사랑으로 엮은 둥지에 가슴 따뜻한 행복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귀소성(동물학)[歸巢性, homing, 귀가성], 귀소성이 생각난다. 귀소성을 가진 동물이 돌아올 때 사용하는 표식은 이주할 때 사용하는 표식(태양의 각도, 별자리 모양 등)과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귀소성은 어떤 방향으로도 어떤 계절에서도 생길 수 있다. 귀소성이 강한 동물로는 새 중에서도 특히 경주용 비둘기 또는 전서구(傳書鳩)가 있다. 또한 바다새와 제비류는 그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귀소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기슴새는 둥지에서 5,500㎞나 떨어진 곳까지 밀폐된 용기에 담아 운반해 왔는데도 12일 반 만에 둥지로 되돌아갔다. 개나 고양이가 귀소 본능이 강하다. ‘귀소본능’, 이런 귀소본능은 동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귀소본능이 뛰어난 백성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은 설이나 추석이 되면 으레 고향으로 돌아가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친척간의 오가는 덕담으로 웃음꽃을 피운다. 그 시간은 왠지 아깝지가 않다.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소본능 그것은 어쩌면 나를 찾아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고향에서 사람을 만나고 여러 문화재를 보고 나면 오래오래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이따금 이런 저런 일들을 떠올릴 때면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웃음을 짓기도 한다. 특히 방송 매체나 신문기사에서 고향의 소식이나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문화재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 그러하다.
‘다산초당’이 그러하고 ‘영랑생가’와 시가 그러하다. ‘무위사’의 극락보전 아미타삼존불과 벽화, ‘전라병영성’과 ‘백련사’가 그러 하고, ‘고려 청차’가 그러하다. 강진군 북쪽의 월출산 자락의 성전면 월남리에 자리 잡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아쉬운 ‘월남사지’가 그러하다. 그래도 월남사 터에 있는 월남사지 3층 석탑과 고려 후기의 고승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師 慧諶 : 1178(명종 8년)~1234(고종 21년)]의 비(월남사지 진각국사비<보물 제313호>. 그 비는 고려 후기의 대표적 문인 이규보(李奎報)가 짓고 김효인(金孝印)이 써서 1235년(고종 22)에 세웠다, 선사의 문도에 교종 승계를 지닌 승려가 등장하는 자료가 되고. 또한 재가신도들은 당시 왕족과 재추 등 고위관료가 대거 등장하여 이를 분석하여 수선사와 고려 정계와의 관계를 밝힌 연구의 바탕이 되기도 하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그 점은 강진의 고려청자가 발전하게 된 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또 하나가 있다 근래에 복원된 ‘사의재(四宜齎), 강진읍 동문안 샘가에 조선시대의 주막집. 여늬 주막집이 아니다. 1801년 11월 22일 정약용선생이 강진에 유배 오셔서 처음 거처 하셨던 집이다. 주막집 노파의 따뜻한 정이 머물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기도 했던 곳, 사의제의 그 뜻을 여기에 담는다면 생각은 맑게(사의담思宜澹), 용모는 단정히(모의장貌宜莊), 말은 요점만(언의인言宜認), 행동은 조심스럽게(동의중動宜重).
이렇듯이 고향은 떠날 수 없는 삶의 뿌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우리는 고향으로 갔던 길을 되돌아 갈 때 고향에 대한 그 무엇을 생각해 보고, 무엇을 잊고 가는가를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 머물러 본 적이 있었는가?, 얼마나 고향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고 되돌아보고 가는 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냥 알 수가 있다 고향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생산성마저 없어 인구가 감소하고 시장경제가 침체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고 고향이 발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고향이 꿈틀거리고 살아나는 용틀임이 일고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고향이 더욱 속도감 있는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더 필요한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여러 가지 특화된 산업과 농업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여러 가지 사업도 유치해서 이곳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여 돈을 남기고 가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내재된 힘을 이끌어 내어 함께 힘을 모아 의견을 하나로 살려야 하고, 많은 아픔으로 슬피 울어 보기도 해야 한다. 연계된 네트웍을 형성하여 거쳐 가게 해야 한다. 고객으로 부터 좋은 호감을 이끌어 내야한다. 그러나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고향을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그 정도면 됐다’ 고 생각되는 상황을 뛰어넘는 사람을 두고 ‘열정을 지닌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 정도면 훌륭해’. 라는 말을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고향을 위해 앞장서 일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열정이 모든 이에게서 함께 일어나 살아 숨 쉰다면 사랑으로 엮은 둥지는 행복하게 만들어 질것이다.
내가 한포기의 풀잎으로 태어난다 해도 다시 내 고향 여기에 태어나리라.
o 강진중앙초등학교 교사
o 모란촌 문인 회원
o 강진문인협회 회원
o 명금문학회 회원
o 쉼 요가 명상센터 운영
o 울림 시 낭송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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