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변호사 칼럼
생명의 보물창고, ‘DNA 이중나선구조의 발견’
김 경 진(법무법인 이인 대표변호사)
최근 과학비지니스 벨트의 입지선정과 관련해 각 지역과 정치권에서 논쟁이 뜨겁다. 과학 벨트 유치를 위해 광주시도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과학 벨트 유치 문제는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의 문제이므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 되어져야한다”며, 광주지역 유치를 역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생명공학, 그 중 유전자에 대한 다소 긴 글을 써 보았다.
가끔 우리는, 나란 존재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런 질문에 어떤 사람은 철학이나 종교에서 답을 찾기도 하지만, 생물학자들은 바로 ‘DNA’를 단서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에 접근해 갑니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나의 DNA는 부모에게서 반반씩 물려받은 것입니다. 부모의 DNA는 난자와 정자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정확히 전달되는데, 대를 이어서 계속 전달됩니다.
이렇게 하면 나는 부모님의 DNA를 반씩, 조부모님의 DNA를 4분의 1씩, 그리고 증조부모 DNA를 8분의 1씩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셈법을 계속하면 내 몸에는 아주 먼 옛날 살았던 선조의 DNA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인류가 모두 한 어머니의 자손이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친척일지도 모릅니다. 과학을 깊이 이해할수록 이웃 사랑을 실천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DNA가 ‘생명의 설계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덕분입니다.
DNA 이중나선구조의 규명은 ‘생명공학 혁명’의 출발점이 되는 위대한 발견이었습니다.
DNA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생명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간직한 세포 내 물질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까닭은 바로 DNA를 물려받기 때문이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이유도 콩과 팥의 DNA 때문이고, 호박만 한 토마토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유전자를 분석해 범인을 잡는 것도 다 DNA의 구조를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DNA 연구는 19세기의 오스트리아의 수도사인 ‘그레고리 멘델’로부터 시작됐는데, 당시의 사람들은 키 큰 완두콩과 키 작은 완두콩을 교배하면 중간 크기의 완두콩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나 멘델이 7년 동안 완두콩 교배실험을 한 결과, 중간 크기의 것이 나타나지 않고 부모 중 한쪽의 형질만 물려받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유전자의 우열에 따라 유전형질이 나타난다는 ‘멘델의 유전법칙’을 확립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특정 형질이 유전된다면, 이것을 기억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실체(유전자)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했습니다. 멘델 이후 100년 간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후손에게 전달되는가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들을 계속했습니다.
마침내 ‘왓슨’과 ‘크릭’은 그 당시까지 알려진 DNA의 화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윌킨스와 프랭클린의 ‘DNA의 X선 회절사진’을 해석해서 DNA의 분자구조를 밝혔고 그 공로로 1962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밝혀진 DNA의 구조를 보면, DNA는 ‘당’과 ‘인산’, 그리고 4개의 ‘염기물질’로 구성돼있는데, 당과 인산은 이중으로 꼬인 사다리모양을 만들어서 DNA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고, Adenine(아데닌), Thymine(티민), Guanine (구아닌), Cytosine(시토신)이라는 네 가지 염기 염기물질이 DNA가 결합할 때 올바르게 연결되도록 해줍니다.
DNA는 생물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의 본체로, 세포핵안의 염색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DNA에는 머리카락, 피부색, 얼굴, 지능, 성격 등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고유의 특성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각각 다른 유전자(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모습과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사람이 다른 생명체와 다르고 또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은 DNA에 있는 4가지 염기물질이 배열된 방법이 틀리기 때문이고 이 염기물질의 배열을 그려내면 ‘유전자 지도’가 되는 것입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의 발견은 이후 수많은 유전학 연구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1950-60년대에 대장균을 통한 실험에서 DNA를 붙여 합성하는 ‘중합효소’와 가위처럼 DNA를 자를 수 있는 ‘효소’(酵素)가 발견되어 DNA를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1972년 폴 버스는 바이러스와 대장균의 DNA를 연결해 최초로 재조합 DNA를 만들었으며, 다음해 미국의 스탠리 코헨은 특정 DNA를 삽입한 생명체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78년에는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서 인슐린의 생산에 성공하는 등 재조합 기술이 인류의 복지에 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런 논란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984년에는 DNA 지문분석법이 개발돼 범죄수사나 친자판별 등에 이용되게 되는 등 DNA를 이용하는 기술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의 범죄자들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이 DNA 분석방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DNA 이중나선구조의 발견으로 각종 생명현상의 비밀들이 풀려가기 시작했고, 반세기가 지난 현재 생물학은 과학의 정점에 올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분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밝히는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유전자의 기능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분자생물학’이 생물학의 가장 큰 근본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 유전공학은 막대한 시장잠재력을 가진 황금 광맥으로 떠올랐습니다. DNA 연구와 조작을 통해서 난치병의 치료가 가능해지고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을 120~130세 정도로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DNA 연구와 조작으로 맞춤의학과 신약개발, 나아가 타 분야와 융합되는 새로운 퓨전 사이언스로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DNA가 이중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는 발견은 오늘날 20세기 과학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왓슨과 크릭의 발견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A, T, G, C라는 단지 4개의 유형으로 이루어진, 어찌 보면 참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한없이 복잡한 DNA 생명 세계는 21세기에도 끝없이 연구되고 있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입니다.
■ 약 력
· 고려대 법대 졸업
· 고려대 법학대학원 졸업
· 대검찰청 검사 역임
· 서울중앙지검 검사 역임
· 광주지검·대전지검 부장검사 역임
이 뉴스클리핑은 http://goeul.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