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부민 시인 <녹향월촌 31>

<녹향월촌 31> 오늘 /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오늘

잔잔한 바람

풀잎 반짝이고

해거름 작은 동산

아이들은 끝까지 놀고

등을 켠다 먼 곳에서

가까운 마을까지

밝은 창문

아름다워라

느린 열차의 불빛

흔들리는 꽃잎 몇 장

따스한 노을

돌아오는 저녁 새

이웃집 휘파람

흙 묻은 얼굴들

아내의 젖은 눈

우리 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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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바로 어제까지 살다 죽은 자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 전해오는 이 말은 우리가 맞이하는 오늘이라는 하루가 얼마나 감사하고 귀중한 시간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오늘 사랑하고 오늘 기뻐하고 오늘 보람되게 힘써 일하는 인생이 아름답다는 뜻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미래의 비전과 꿈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시대가 그렇다. 현실이 고달프고 힘들수록 미래에 관련된 담론과 프로그램들이 늘어난다. 미래의 소망이 없다면 현실에서의 모든 수고와 노력들이 허망해질 것이다. 자신과 자녀와 가정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소망을 갖고 애쓰는 것은 복된 일이다. 내일을 위해 대비하고 쌓아두는 것도 현명한 태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오늘이라는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만 크고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런 열매가 없다. 오늘 심는 대로 내일 거두기 때문이다.

우리가 맞이한 오늘이 사실은 미래이고 꿈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에겐 늘 오늘만 주어진다. 어제는 흘러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그 몫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만이 진정한 꿈의 열매를 거둘 것이다. 우리가 사는 날은 항상 오늘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박한 오늘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귀중하게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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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민 시인 / 1996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상 당선 (조병화 시인 選) 2005년 한국크리스챤문학상 수상. 시집『등불이 있는 마을』(시와문화 2010) 현 남도햇빛교회 담임목사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