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에 녹아든 선조들의 소박한 삶

잡귀막고 자손번영 기원하는 ‘조선민화’ 체험코너

민화란 우리만의 모습으로 우리만이 그려낸 우리의 전통 그림이다. 잔뜩 찌그러진 앉음새에 비딱한 얼굴의 호랑이, 말이 호랑이이지 어눌해빠진 모습이 고양이와 분간 못할 정도로 천진한 표정이 해학적이다. 그런 그림들이 아직까지도 친숙하고 아름답고 재미난 모습으로 긴 맥을 이어 온 것은 우리만의 정서, 우리만의 생활을 반영하는 우리만의 그림이기 때문이리라. 흔히 민화라 하면 무영의 화가나 서민들의 잡기정도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왕실과 사대부, 그리고 어염집의 벽장에 까지 두루 걸렸던 우리의 정통 그림이며 생활 문화이다.

우리 선조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병풍 앞에서 백일, 돌잔치를 벌이고 문자, 효행도 앞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우며 수줍은 듯 화려한 화조도 병풍을 두르고 첫날밤을 보냈다. 그리고 말년에 이르러선 노안도, 장생도를 보며 손주들의 재롱을 즐긴다. 생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라고 예외가 있으랴. 그윽히 펼쳐진 산수 등이 그려진 병풍이 둘러진 방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다. 이처럼 민화는 감상보다는 생의 시작과 함께 재액을 물리치는 벽사 기원과 복을 받기를 바라는 기복신앙의 용도로 두루 쓰였다.

민화로 판화 찍기, 타일에 민화 붙이기, 민화 부채만들기 등등 다양한 체험종목을 갖추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도는 합격, 출세의 기원용으로, 연화도는 연이어 시험에 합격하여 자손의 번영을 기리는 용도로, 두어 마리 개가 어울려 달을 보고 짖어대는 신구도는 잡귀를 막아주고 도둑을 방지하는 쓰임새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그 중 백미는 잡귀를 막고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작호도의 잔뜩 웅크린 호랑이다. 선조들의 소박한 사람을 엿볼 수 있는 조선민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한껏 유쾌해지는 민화, 고달픈 삶을 위로하는 폭소제조화(爆笑製造畵)다.(김현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