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명당 덕룡산 용혈암터 서서히 모습 드러내다

기암괴석 아래 거대한 바위의 숨구명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아늑한 풍광

한 겨울 진달래꽃, 산감나무에는 홍시가 수십 개

역시 그 옛날 고승대덕의 안목은 정확했다. 4일 11시 용혈암에서 수행을 하였던 백련사 4국사의 거처였던 그곳에서 추모제를 지낸 후 주변을 살펴본 결과 천혜의 명당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암괴석 아래 거대한 바위의 숨구멍처럼 생긴 용혈암의 주변은 그야말로 숨이 멎을 것만 같은 풍광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용혈암 오른손쪽에는 바위틈을 타고 청류가 흐르고 있었는데, 수량이 계곡물처럼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폭포를 만들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굴 속을 뚫고 졸졸졸 흘러내렸다.

청류가 흐르는 쪽은 암벽으로 둘러싸여져 바람 한 점 들어 올 틈이 없어서인가. 한 겨울 진달래가 피어 있었고, 아직도 산감나무에는 홍시가 수십 개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야생차가 잘 자랐다는 것일까.

눈을 들어 동쪽을 바라보니 아,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남도의 명산인 천관산의 육중한 산세와 함께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첩첩으로 물결치는데, 그 산 사이로 아홉 물굽이가 합쳐진 구강포의 강물굽이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산첩첩 물첩첩이 아닐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그 위로 아침해가 장엄하게 떠오른다면 그 광경은 어떨까 싶다.

어제, 3일 원묘국사 요세와 백련결사운동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였던 동국대 황인규 교수와 최동순 교수는 덕룡산 정상부까지 산행을 한 후 용혈암터에서 지내는 추모제에 참석했는데, 기자가 소감을 묻자 연거푸 원더풀이다. 황 교수는 “덕룡산세가 너무 좋아 감탄했다”며 “천관산의 산세가 온통 드러나는 모습을 바라보니 원묘국사의 제자 천인스님이 쓴 천관산기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는 여연스님을 비롯하여 일담스님, 원정스님, 그리고 백련사 거사림회, 포교회 등 신도 30여 명이 모여 반야심경을 낭독하며 조촐하게 치러졌다. 여연스님은 “후손들의 잘못으로 지금까지 방치했다”며 “그러나 참회하는 법회를 시작으로 반드시 용혈암터를 보존하자”고 강조했다. 또 “이곳은 역사적 신앙적 지역적으로 조명되어야 하고 환경문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영호 용혈암터복원추진위 사무국장은 “유서 깊은 문화재를 복원함에 있어 불자 및 문화관계자, 환경지킴이 여러분들의 협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백련사 거사림회 김희용 회장은 “울력을 통해 잡목을 제거했는데, 앞으로도 앞장서서 복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