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김정태

달빛 어스름한 섬진강 가

강둑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한 향이 있어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 본다.

초가지붕 위로 쏟아지는

하얀 별 무더기처럼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한 폭의 동양화가

거기 걸려 있었네.

잘 익은 수채화가 저토록 예쁠소냐

눈보다 희고

여인네 보다 더 진한 향을 지닌 너는

분명코 꽃은 꽃이로되

꽃 보다 더 예쁜 꽃이로구나

녹색 치마로 연분홍 빛 속살을

살짝 감추고

사랑하는 이의 하얀 치열처럼

곱게도 자란 너는

겨울도 봄도 아닌 날에

동무와 함께 무리져 피었구나

매화꽃 피는 계절이 오면

임 도 따라 오마 했는데

향기에 취해 그리움에 취해

안개비 맞으며

님 마중 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