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꾼 만남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꿔진다. 똑같은 물을 마시되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양이 마시면 젖이 되는 것과도 같다. 나쁜 사람을 만나면 누굴 죽이자고 작당하거나 음모를 꾸미기가 쉽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 인생의 만남이다. 만남에 따라 삶이 크게 바꿔진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우리 사회를 살펴볼 때 어떤 사람을 가까이 하면 망하거나 실패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허다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잘 만나면 그야말로 발전과 행복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남녀간의 만남도 크겠지만 남자들 사이에서도 만남은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

정약용의 제자 황상도 그 같은 경우다. 책의 제목처럼 ‘삶을 바꾼 만남’이 되었던 것이다. 황상은 다산이 가장 아낀 제자였다. 왜 그랬을까. 나무라고 꾸중하고 지청구하고 불벼락을 때릴 때마다 황상은 그게 깊은 사랑인 줄 알고 고쳤기 때문이다. 다산에게는 수없는 제자가

많았지만 끝까지 스승을 진심으로 섬긴 이도 황상뿐이었다.

황상은 <치원유고>란 문집을 남겼다. 이 문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내 스승 다산께서는 이곳 강진에서 귀양살이 스무 해를 살면서 그 긴 세월 동안 저술에만 몰두하느라 kekr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셨네. 열다섯 살 난 내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를 얻었느니라. 너도 이렇게 하거라”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네. 관 뚜껑이 덮기 전에야 어찌 이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는 죽은 목숨일세.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는 더벅머리 소년이 스승이 내린 짧은 글 한 편에 고무되어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가는 과정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라고 말하고 있다. 황상의 삶이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591쪽의 이 책은 중량감을 느끼게 하지만 소설읽기보다 더 편하게 편집되어 있고 글도 쉽게 엮어졌다. 2011년 12월 7일 발간된 이 책은 (주)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