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문화원 앞날이 험난하기만 하다

제10대 강진문화원장 선거가 지난 19일 치러졌다. 4명 출마해 모두 100표 이상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당선자나 낙선자나 별 차이가 없는 결과였다. 그런데 결국 우려했던 대로 문화원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용호 당선자의 후보자격 시비논란 때문이다.

이사회의의 의결이 정관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사회의의 의결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은 무서운 발상이다. 엄연히 정관에 명시된 대로 문화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 같은 일이 있긴 있었다. 문화원에 감사가 2명이 있는데도 16명이나 투입시켜 1인을 놓고 감사를 한 적이 있었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원용호 당선자 후보시비와 관련, 여기에서 지난 4월에 치러진 이사회의의 내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관에 의하면 회원은 일반회원과 특별회원으로 구분되지만 모두 회비를 납부했을 때 회원의 자격을 얻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평생회원이란 어휘는 이미 문화원장을 지낸 사람에게만 국한한 것으로 그에 따른 예우 차원에서 생긴 제도이다. 과거 이사회의에서 그 같은 논의를 통해 평생회원을 둔 것은 또 다시 문화원장으로 출마할 것을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관 예우에 국한에서 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회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정관을 무시하고 출마자격을 부여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관 자체를 무시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관에서는 회비납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어디까지나 취약하고 열악한 문화원의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사실 회비가 아니면 문화원의 운영은 어렵지 않는가. 회비가 없다면 크고 작은 문화행사에 원장 명의로 화분 하나 보낼 수 없는 것이 오늘 날 문화원의 현실인 것이다.

문화원 이사회의가 이렇듯 정관을 무시한 안건을 내놓고 회의를 하다 보니 이미 당선된 문화원장의 자격시비가 불거졌고, 법의 심판에 따라서 재선거를 치를지도 모를 상황이다. 이럴 경우 문화원 예산(입후보자가 300만원씩 내놓은 입후보비)으로 법리해석을 의뢰했어야 옳을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가 무슨 초법적 의결기관이라도 되는 양 덜컥 결정을 해놓았으니 차후 발생될 수도 있는 일을 어떻게 수습할 작정인가 묻고 싶다.

윤돈하 선거관리위원장은 “문화원장은 비중 있는 자리라고 본다”며 “출마자들이 난립할 경우 좋은 모습이 아니므로 추대형식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사실도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의 말대로 바쁜 농사철에 발목을 잡는 일이 선거라는 것이다. 또 형님 동생하며 지내는 좁은 지역에서 후보가 난립하다 보면 불화와 반목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 사실만 보아도, 이번 문화원장 선거는 솔직히 문화원의 발전을 위한 일이 아니라 문화원의 회원들을 이간질시키고 반목시키는 일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번 문화원장 선거를 법대로 정관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사법부의 판단만이 가장 홀가분한 결론이다. 따라서 원용호 당선자는 A후보의 지적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고, 문화원측에서는 조속히 법리해석을 추구해 가부 결정의 조속한 해결만이 문화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줄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거 8년 전 원용호 당선자는 문화원장으로 재직할 때 정관을 뛰어넘는 초법적 일을 자행한 바 있다. 전임 원장이 했던 일을 감사할 때 문화원 정관상 엄연히 감사 2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6명이나 되는 인원을 동원, 감사를 며칠간 감행했었다. 이는 폭력이지 부정 불의에 대한 정의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부족해 전임 원장을 사법부에 고발까지 했다. 그리고 전임 원장은 무혐의로 끝이 났었다. 이 황당한 폭력 앞에 전 원장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시 세월이 흘러 원용호 전 문화원장이 또 다시 출마해 제10대 문화원장으로 당선됐다. 그가 과거 문화원장으로 재직시에 법의 잣대로 물의를 일으켰다면 당연히 자신에게도 냉철한 법의 잣대를 대야 옳다.

이번 선거는 강진문화원선관위에서 자체 예산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원용호 당선자가 합법적인 자격에 의해 당선이 되었다면 두말할 나위조차 없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정관에 의거 자격이 무효라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저명한 변호사에게 유권해석을 받아 재판까지 갈 필요 없이 그대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모든 일은 정관대로 하면 된다. 정관대로 하지 않으려니까 불필요한 이사회의를 열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게다가 법의 심판대까지 오르게 될 지도 모를 일을 자초하고 말았다. 원용호 당선자의 노욕을 지적하기에 앞서 이사회의에서 명확한 판단이 앞섰어야 옳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