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법부의 판결로 가는 문화원장 후보자격 시비 해결책은 없는가

사설

정민 교수가 쓴 일침(一針)에 나오는 얘기다. 유자(儒者) 두 놈이 도굴을 한다. 대유(大儒)가 망을 보고 소유(小儒)는 묘혈을 판다. 먼동이 터오자 대유가 위에서 닦달한다. 소유가 낑낑대며 대답한다, “수의는 다 벗겼는데, 입속의 구슬을 아직 못 꺼냈어요” 대유가 말한다. “넌 시경(詩經)도 못 읽었니? ‘살아 베풀지 않았거니, 죽어 어이 구슬을 머금으리오’라고 했잖아. 위를 꽉 잡고 턱 아래를 탁 쳐버려! 구슬 안 깨지게 조심하고.” 소유가 쇠망치로 시신의 턱을 쳐서 입속의 구슬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장자>의 <외물(外物)>에 나오는 얘기다.

지금 문화원은 수장인 원장 선거에 있어 자격 시비가 불거졌다. 물론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있어야겠지만 법률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아도 원용호 당선자의 자격무효는 명확한 일이다. 더구나 두 사람의 변호사가 똑 같이 원용호 당선자의 자격 무효는 법률적으로 쉬운 문제라고 해석하고 있다.

애시당초 문화원 이사회에서 원용호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신중했어야 옳다. 그 때 법률적 자문을 얻었더라면 오늘 날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또 지난 23일 이사회의에서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원용호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재확인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니 두 차례나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제대로 법률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문화원 이사회’라는 위상만 생각하고 명분만 앞세우는 것 같아 유자 얘기를 끄집어내 보았다.

문화원 이사회도 어디까지나 정관에 의해 그 자격이 얻어진다. 정관 말고 또 다른 법적 근거가 있는가? 정관에 의해 자격을 취득한 이사회가 정관을 무시한 것만도 직무유기보다 더한 일일진대 사건이 불거지자 이번에 ‘나 몰라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당선자 측근에서는 문화원 이사들을 걸어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니 문화원 이사들은 이 같은 수모도 감내할 작정인가?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지만 할 일은 해야 하는 게 이사회의 책무이다. 그러기에 오늘 날 문화원의 위상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문화원이 어떻느냐고? 원장이 비자금 통장 만들고 원장 부인이 회계처리하고, 직원 부친 통장으로 사업비를 돌려받더니 나중에는 현금으로 돌려받다가 끝내는 사법부의 조사를 받는 발총유자의 문화원이 아니었던가.

문화원의 수장은 검증된 사람이거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법적 하자를 가진 문화원장은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가 없다. 원용호 당선자가 법적으로 이상이 있건 없건 그것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이제 공은 문화원에서 일반회원에게로 넘어왔다. 일부 회원 중에서도 당선자의 법적 시비를 가리겠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