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 통의 편지로 이어온 제자 사랑
-강진여중 조강국교감선생님-
제자들로부터 받은 2만여 통의 편지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선생님이 있다. 올해로 35년째 교직생활을 해오고 있는 강진여중 조강국 교감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92년 제자들의 편지를 모아 ‘그대 생각 샘물처럼 맑아지는 날에’(예원 간)를 발간하기도 한 조강국 교감선생님은 아직도 편지함에 꽂힌 편지를 보면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그가 학생들의 편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해남 송지종합고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으면서 부터이다. 스스로 5척단구에 못생긴 얼굴이라고 말하는 그가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독서였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글을 생각하며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독서를 통해서 학생들과 가깝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시작된 것이 ‘편지사랑’이다. 밤을 새워가며 어김없이 답장을 띄웠던 그의 글씨는 세로 용지에 붓으로 정성스럽게 쓰여 있다. 한 글자도 비뚤어짐이 없는 글씨만 보아도 제자들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을 듯하다. 지난 2000년에는 한국일보에서 주관하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였고, 200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공로상, 2004년 스승의 날 기념 자랑스러운 스승상 표창 등 다수의 수상을 할 정도로 학생에겐 열정적인 교사였고, 화가로서 수필가로서 자신의 삶 또한 아름답게 가꿔가는 모습을 제자들은 사랑한 것이다.
강진군 성전면 송월리에 있는 그의 집은 250년 된 집으로 그가 7대째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대문에는 20여 년 전에 제자들이 만들어와 걸어놨다는 현판 ‘신안구가(新安舊家)’를 비롯하여, 방에 들어서면 고조 증조 조부 선친의 사진이 걸려있으며, ‘오메 단풍들겄네’를 붓글씨로 적어 놓은 액자, 정형택 시인의 그의 교감승진 축하시 ‘교단이 그대를 욕심내고 말았구나’,라는 긴 액자와 많은 책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보물1호라고 당연하게 말하는 것은 시렁에 얹어져 있는 제자들의 편지이다. 게다가 제자들의 결혼식에 주례를 섰던 사진들까지 그의 방과 서재는 그의 물건을 제하고는 절반이상이 제자들의 것이다.
‘교육은 관계다’라고 말하는 그는 만나서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강조한다. 여러 만남이 있지만 특히 학생시절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가 학생들과 나누었던 편지들, 바로 한 통도 버리지 않고 모으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관계의 소중함이라 할 수 있겠다. 2007년 9월 교감으로 승진한 후부터는 교단에 서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는 그다. 한번쯤 교단에 서고 싶어 1시간 교단에 섰더니 날개를 달은 기분이었다는 조강국 선생님. 참스승이란 평생 동안 교단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너무도 부족하다며 겸손해 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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