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이 즐거운 이 사람, 김재이 씨

흙과 같이 사는 사람이 되고파

“우리 집으로 발령난 것이지요”

김재이(59) 씨는 올해 6월 30일 대구면사무소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정년퇴임이 즐겁고 행복한 생활의 연속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인 김 씨는 농업인으로 이직했을 뿐이라고 단언한다.

현재 김 씨가 하는 일은 벼농사 4천 평과 절화로 작약 목단 1700평을 농사지으며, 소도 12마리를 키운다. 하지만 이 일이 정년퇴임 후 시작한 일은 아니다. 공무원에 재직하면서 꾸준히 병행 해왔던 일이었기에 그저 하나를 내려놓은 것뿐이다.

김 씨는 강진군청에 1990년도 농업후계자로 특별채용 되어 공무원이 되었다. 당시 마을 이장을 하고 있다가 그만 두고서 면서기를 하자니 굉장히 섭섭했다는 김 씨다. 그처럼 이장 일을 그만두어도 섭섭했던 김 씨가 공무원 정년퇴임을 하면서는 왜 오히려 즐겁다고 할까.

“주말에도 마음 놓고 쉬지 않고 농사를 했어요. 퇴직이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기일 같은 것이라 농사일을 같이 해왔고, 3년 전에는 작은 축사도 지었어요. 그러니까 우리 집으로 발령난 것이지요”

김 씨는 강진공무원 쌀 판매 실적에서 3년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고 많았던 실적이 1년에 4억 3천만 원어치를 팔았다. 이러한 실적으로 함께 근무하던 면 직원들 모두가 1위 실적에 따라 제주도 여행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이 쉽게 된 것은 아니었다. 김 씨는 본봉에서 매월 5% 정도는 고객관리에 사용했고, 특별한 것이 생기면 고객들에게 선물로 보내기도 하면서, 보내는 즐거움에 행복을 느낀 것이다.

이처럼 김 씨는 주어진 일에서 언제나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정년퇴임 직전 동료들에게서 여러 통의 편지를 받았다는 김씨, 그 편지 중 매우 감동을 받은 편지가 있었단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눠 본적이 없던 사람이 자신에 대해 세심하게 표현하며, 많은 것을 알아주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보람을 느꼈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명함에 ‘흙과 같이 사는 사람’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씨는 “정년퇴임이 새로운 희망에 부풀게 했다”며 그동안 직장 생활 때문에 깊이 신경 쓰지 못한 농사일에 새로운 눈이 뜨이듯 작약을 겨울에 생산할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퇴직 후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균형을 잃는 것을 본다”는 김씨는 “운동이나 노는 일이나 모든 것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것”같다고 말한다. 또 “아직도 자녀 중 대학교 1학년이 있으나 적은 연금이라도 있고, 거기에 농사일로 수입을 더하면 생활은 똑같다”며 부인 장정화(55)씨가 “집에 머슴하나 들어왔다”며 제일 좋아한단다.

평소 직장생활을 성실한 자세로 주어진 일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해왔던 김 씨는 정년퇴임 후 이제 농사꾼으로서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이현숙 기자)